미국 경매 나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인장 돌아왔다
미국 경매 나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인장 돌아왔다
  • 연합뉴스
  • 승인 2019.06.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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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이동궁명 사각호'·'중화궁인', 고국 품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구입
미국에서 돌아온 조선왕실 유물백자 이동궁명 사각호(오른쪽)와 중화궁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미국에서 돌아온 조선왕실 유물백자 이동궁명 사각호(오른쪽)와 중화궁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외국으로 유출됐다가 미국 경매에 나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와 인장(印章·도장)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왕실 유물로 추정되는 '백자 이동궁(履洞宮)명 사각호'와 인장 '중화궁인'(重華宮印)을 온라인 게임 회사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지난 3월 미국 경매에서 각각 사들여 국내에 들여왔다고 19일 밝혔다.

이동궁과 중화궁에는 모두 궁(宮)자가 들어가는데, 궁은 왕실 가족이 쓰는 공간에 붙인 명칭이다. 왕위에 오르지 못한 왕자와 공주, 옹주가 혼인한 후 거처한 집도 궁으로 불렀다.

재단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구매한 '백자 이동궁명 사각호'는 높이가 10.2㎝이며, 왕실과 관청에서 쓴 백자를 만든 경기도 광주 분원 관요에서 19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바닥에 청화기법으로 '이동궁'(履洞宮)이라는 푸른색 글자를 썼다.

이동궁은 정조와 수빈 박씨 사이에 태어난 딸이자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의 동복동생인 숙선옹주(1793∼1836)가 '이동'으로 시집갔다는 기록이 있어 숙선옹주 궁가를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이동은 오늘날 명보아트홀이 있는 중구 초동 일대다.

조선 후기 서적인 '명온공주방상장례등록'과 '내탕고상하책'에 이동궁이 등장하는데, 특히 '명온공주방상장례등록'이 주목된다.

이 책에는 "이동궁에서는 진홍 공단 한 필, 초록 공단 한 필, 무명 이십 필, 베 삼십 필이 왔다. 재동궁에서는 돈 일백 냥, 무명 이십오 필, 베 이십오 필이 왔다"는 기록이 있다. 순조 장녀인 명온공주가 1832년 세상을 떠나자 이동궁에서 장례에 필요한 물품을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김상엽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왕실 궁가는 사동궁(寺洞宮), 계동궁(桂洞宮) 등 지명을 따서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았다"며 "이동궁이라는 글자가 있는 유물은 일본 민예관(民藝館)에 한 점이 있다고 하나,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백자호 제작기법에 대해 덩어리 흙을 바깥에서 깎은 뒤 속을 파내 다소 부드럽고 육중한 느낌을 준다고 전했다.

'중화궁인'은 왕실 개인 인장으로 짐작되며, 손잡이는 상서로운 짐승인 서수(瑞獸) 모양이다. 재단은 미국 본햄스 뉴욕 경매에서 이 인장을 구매했다.

도장을 찍는 면인 인면(印面)에는 전서(篆書·조형성이 강한 중국 옛 서체)와 해서(楷書·정자체)를 혼용해 '중화궁인'(重華宮印)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정사각형인 인면은 한 변이 7.2㎝이며, 높이는 6.7㎝다.

'중화궁'은 조선 헌종 시기에 인장에 관해 설명한 책인 '보소당인존'(寶蘇堂印存)과 '승정원일기', '일성록'에서 확인된다.

일성록에서는 특히 순조 때 기록에 중화궁이 많이 나온다. 예컨대 순조 11년(1811) 기사를 보면 "내일의 상참(常參·약식 조회)에 빈대(賓對·관리들이 임금에게 정무를 아뢰는 일)를 겸하여 설행(設行)하겠다. 처소는 중화궁(重華宮)으로 하겠다"는 문장이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중화궁은 현재 남아 있지 않고, 위치도 알 수 없다"며 "앞으로 면밀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돌아온 덕온공주 인장과 같은 조선왕실 관련 인장으로, 국내에 소장 사례가 많지 않아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유물은 조선왕실 유물 전문기관인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다.

경매 자금을 후원한 문화재지킴이 기업 라이엇게임즈는 과거에도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와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의병장 김도화 문집을 새긴 '척암선생문집책판' 구입 자금을 지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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