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동학농민군 이야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특별전
“우리 곁의 동학농민군 이야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특별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6.18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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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거로운 인사말은 접어두고 동생 광팔 보시게. 나라가 환난에 처하면 백성도 근심해야 한다네. 내가 집을 나와 수년을 떠돌아다니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으니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네. 광팔이 자네가 형 대신 집안을 돌보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네.”「동학농민군 유광화 편지 번역문 중에서」

 “간 집안 유고를 몰라 기록하니 어머님 몸에 혹 유고 계시거든 옆 사람이라도 와야 하겠습니다. 부디 부디 명심 불망하옵고 즉시 오시기를 차망복망하옵니다. 남은 말씀 무수하나 서로 만나 말하옵기로 그만 그치나이다.”「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 번역문 중에서」

 동학농민군이 쓴 편지에는 나라의 운명과 함께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뿐 아니라, 멀리 있어 보살필 수 없는 가족을 향한 애끓는 사랑도 꾹국 눌러 쓴 흔적이 역력하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이형규)은 24일부터 11월 17일까지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기획특별전 ‘우리 곁의 동학농민군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까이에 있기에 그 중요함을 놓치고 살았던 이름 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러져간 동학농민군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전시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3,644명과 그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과 증언을 중심에 두고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구성돼 눈길을 끈다.

 전시구성은 1부 ‘삶과 죽음’을 시작으로, 2부‘남겨진 편지’, 3부 ‘그날의 기억’, 4부‘다시 피어나는 희망’ 등으로 갈래를 타고 있다.

 주요 전시 유물은 1894년 늦은 가을 동학농민군 유광화가 고향에 있는 동생 유광팔에게 보낸 한문 편지인 ‘동학농민군 유광화 편지’(후손 김순덕 기증), 나주지역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약한 한달문이 나주초토영으로 압송된 후 어머니에게 보낸 한글 편지인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후손 한우회 기증) 등이 있다.

 이 유물들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다가 기념관에 기증한 것으로 실물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 편지는 동학농민혁명에 직접 참여한 동학농민군이 직접 작성한 몇 안 되는 기록으로 주목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동학농민군의 합리적인 군수물자 조달 과정이나 전투에 참여한 동학농민군의 실상, 동학농민군의 옥중 생활을 비롯한 당시의 사회상 등을 엿볼 수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동학농민군 김우백 관련 경통’, ‘동학농민군 김학두 궤’, ‘동학농민군 황종모 창’, ‘동학농민군 곽윤중 천인장’ 등 유족들이 기증한 유물도 전시된다.

 또 남원과 임실지역에서 동학농민군 지도자로 활약한 이후 1919년 3.1운동에 참여하여 순국한 동학농민군 김영원의 관련 유물들(후손 김창식 제공), 경북 예천지역 동학농민군의 동향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인 ‘갑오척사록’(충남대 도서관 제공) 등도 공개된다.

이형규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이름을 남기지도 못하고 스러져 가야했던 많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을 돌아보고, 그 사건이 한 가족에게 어떠한 생채기를 남겨야했는지 그 이면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24일 오후 3시에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유족들에게 유족등록통지서를 전달하는 수여식이 진행되고, 오후 4시부터 동학농민혁명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유물기증자 감사패 전달식을 포함한 전시 개막행사가 열린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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