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추억
장미꽃 추억
  • 곽창선
  • 승인 2019.06.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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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긋불긋 장미의 계절이다. 얼마 전까지 제일 인양 뽐내던 오색의 철 죽 들이 떠난 자리에 온통 장미 세상이다. 맑고 푸르른 하늘빛에 더욱 붉어진 덩굴장미, 요염한 여인의 머릿결 휘날리듯 품어 내는 향기가, 뭇 여인들의 비밀스런 속내에 불길을 당겨, 흐뭇한 함박 웃음꽃이 장미 주위를 감싸고돈다. 그래서 장미薔薇는 만인의 가슴에 희망을 주는 계절에 여왕으로 자리 메김 되었나 보다.

오월은 가정에 달이다. 색색의 카네이션 중 장미가 가장 돋보인다. 기념일 마다 카네이션을 받을 때면 마음 한구석이 빈 듯 공허하다. 부모님께 평생 카네이션은 고사하고 변변한 꽃 한 송이 못 달아 드린 회한 때문이다. 더구나 장미꽃을 너무 좋아 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를 때면 아련한 추억에 눈이 감긴다. 종종 산소에 들릴 때면 장미꽃을 부모님 곁에 놓아 드리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마음에 짐을 달래곤 한다.

 50년대는 참으로 귀하던 꽃인데, 이웃이 이사하며 주고 간 것을 옹기그릇에 담아 기르셨다. 떡 시루처럼 작은 옹기에 장미꽃을 키우시며 초겨울이 되면 묵은 가지는 잘라내고 햇가지만 남겨 겨우내 윗방에 두었다가, 봄이 되면 장독대 옆 따뜻한 곳에서 붉게 피던 꽃이다. 밖이 너무 추워 겨우내 방에서 지내야 하니 형제처럼 정이 깊어졌다. 때때로 꽃나무에 물을 주어 겨울 철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기도 한 건강의 도우미였다.

 어려서 본 장미꽃은 탐스럽지는 못해도 가지마다 앙증맞게 피는 꽃이 그렇게 아름다웠다. 여리던 장미꽃을 즐기시던 어머니 모습 어우러지는 모정에 꽃이기도 하다. 꽃을 보며 춘궁기를 달래기도 했던 반려의 꽃이다.

 아파트 출입문을 열면 향긋한 향이 코 점막을 통해 폐부 깊숙이 흐른다. 향기 감돌아 눈길을 돌리니 화단 창가에 무성히 핀 하얀 꽃에서 뿜어나는 향이다. 처음에는 라일락 향 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휴대폰에 담아 글벗에게 문의하니 지두 잘 몰라 유라는 답에 스스로 알기까지 숙제로 남겨 두기로 했다. 이름 모를 향기에 끌려 다가서면 붉은 장미창가에 꽃술을 요염하게 빼 밀고 하늘 높은 줄 모른다. 하얀 꽃향기 머금고 피어나는 장미꽃을 보면 답답하던 가슴속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장미의 은은한 향은 마음에 위안과 기쁨으로 다가와, 슬금슬금 꾸물대던 헛된 욕망이나 시기 질투를 털어내 준다. 주위에는 여러 꽃들이 어울려 피고 있어 꽃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꽃을 즐기다 보면 호박엿처럼 구수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추억이 샘물처럼 솟아난다.

 꽃들이 피고 지는 과정을 지켜보면 지내온 내 삶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화려하던 장미가 고개를 숙일 때면 배역을 마친 배우가 무대 뒤로 사라지듯, 세월 따라 겸손하게 떠나야 할 시간이 임박했음을 깨닫게 한다. 만물은 돌고 도는 술래인가 싶기도 하다.

 꽃은 모두 아름답다. 하물며 호박 꽃 까지도. 저마다 독특하고 고운 빛깔로 피고 지는 꽃들은 아름답기에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다. 꽃 중에 장미가 제일 아름답다는 말은 추리력이 왕성한 미적 감각을 가진 분들의 예찬의 말이다. 이런 예찬은 사물을 관찰하면서 느끼는 미적 감동이 남아도는 여운일 뿐이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사로잡는 장미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이 분명한 것 같다.

 장미는 유난히 날카로운 가시가 많다. 장미에 가시가 생긴 이유는 큐피드가 진홍빛 장미에 키스 하려다 벌에 쏘여 화가 난 어머니 비너스가 벌에 침을 뽑아 줄기에 심었기 때문이라니 여인의 모성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장미에 흠이 있다면 가시가 있는 것이 흠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미에 가시가 없다면 혹은 아름다운 꽃잎이 없다면 장미라 부를 수 있었을 까?

 장미에도 가시가 있다는 격언은 모든 사물에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방부제 같은 말이라 하겠다. 흥미에 과過하게 취하다 보면 언젠가 후회가 남는 법, 우리 모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에 유념할 일이다.

 요즘에 여성들은 로즈데이나 부부의 날에, 나이에 상관없이 장미꽃을 받고 싶어 한다. 어느 날 아내가 엎드려 절 받기라며 장미꽃을 받고 싶다고 한다. 그 것도 백송이 장미 꽃 다발이란다. 왜 이럴까? 평소에 그 답지 않은 행동에 당혹스럽기도 했다.

 귀가 도중 화원에 들러 보니 꽃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랬다. 오늘이 로즈 데이란다.

 젊은이들이 많아서 어색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생각 끝에 한 송이 장미를 안개꽃에 싸고 메모를 적어 넣었다. 한 송이 곱하기 백이라 적고 오만 원 권 지폐도 함께 접어 넣었다. 장미 한 송이에 오 백 원 씩 백송이 몫을 넣었다. 때때로 나를 놀리는 핑계거리가 되곤 한다.

 사랑스런 사람에게 주는 선물인 만 큼 그 의미를 알면 더욱 뜻이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장미의 꽃말로는 붉은 장미는 사랑의 꽃이며, 비탄과 저주의 꽃으로 알려져 있다. 분홍장미는 사랑의 맹세, 흰 장미는 순결 새로운 시작, 노랑 장미는 질투, 시기, 완벽한 성취라고 하는 데, 상대에 따라 기분 좋은 꽃을 선물할 줄 아는 매너도 필요하다.

 장미를 사랑하는 진정한 의미는 감사하는 눈과 마음일 것이다. 감사한 마음에 감사가 깃들고 불평하는 마음에 불평의 문이 열린다니 음미해 보자.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오랜만에 아내에게 장미 바구니를 배달 시켜야겠다.

 곽창선<신아 작가회·전 국민건강보험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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