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미술박물관은 어디에 있나?
우리에게 미술박물관은 어디에 있나?
  • 이기전
  • 승인 2019.06.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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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화가로 살아오다 쌀 창고를 미술전시관으로 만든 공간을 운영할 기회가 있어 직책을 맡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4년 동안 과분하게도 관장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아는 미술관은 어떤 것인가? 단순한 생각으로는 그림을 모아서 전시 되어 있는 공간이거나 작가들에게 전시장소로 대여하거나 특별한 주제를 정하고 기획해서 초청 전시해 주는 곳? 또는 상업성을 띤 화랑(Gallery)과 다목적공간에서 전시와 공연을 병행하면서 미술관이라 간판을 달고 일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이런 곳은 미술관이라 할 수 없다. 여기서 여러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미술관에 대한 확실한 구별이 있어야 하겠다.

 공간에 전시되는 주제에 따라 성격적으로 분류하자면 미술관, 문학관, 역사관, 기념관, 식물원, 동물원, 수족관, 궁전, 자연사박물관, 인류학박물관, 민속박물관등을 총칭하여 박물관(Museum)이라 한다. 미술관 역시 미술박물관(Museum of Art)이라 정의 할 수 있으니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정의한바 세계 각국이 박물의 모든 성격을 통합하여 박물관(Museum)으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술관 기능을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술작품을 소장보관 전시하는 것을 말하며 예를 들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역사박물관에 해당한다.

 우리는 아직 박물관, 미술관, 화랑의 올바른 정의가 없고 편의대로 사용하고 있다. 미술박물관의 올바른 개념은 작품의 ‘소장’이다 이러한 개념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이며 필자도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 다름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미술박물관 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소장작품, 관객, 건물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중 사람이 해야 할 일 즉 신설공간이든 재생공간이든 간에 미술전시관, 화랑의 운영자는 제외하고라도 미술박물관운영만큼은 예리한 감성적 기능을 갖춘 전문직이어야 한다. 우리의 박물관은 일단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건물을 먼저 짓고 그다음은 널리 알려 사람(인재)을 형식상 공개로 채용한다. 어떤 전시물을 어떤 형식으로 보여줄 것인지 계획도 없이 말이다. 마치 제과점을 열면서 비빔밥 그릇을 준비하고 죽 쑤는 주방장을 채용하는 격이다. 현재 일부 시·군단위의 지자체는 상당히 큰 규모의 건물이 문화예술 시설을 목적으로 지어졌거나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건축물들이 효율적인 활용이 될 리 없다.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공약해 놓고 미술대학만 나오면 어떤 부문을 전공 했든 간에 자기의 공신들을 논공행상으로 경영자의 자리를 하사하니 공간에 대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할 사명감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짧은 임기 2년 운 좋으면 한 번 더 연임하는 일반 공무원 인사이동 하는 식의 관장자리로는 고품질의 기획전시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지자체의 체험공간과 축제에서 파생된 정체 모를 전시장들을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등록을 받아주고 있으니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지 난감하다.

 잘못된 관습과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미래 산업의 아이콘인 문화예술생산의 시대에 맞는 인적자원의 혁신과 미술관과 전시관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시도를 해 봐야 한다.

  뉴욕MoMA의글렌로리관장, 런던 테이트모던의세로타관장, 파리 루블의 르와이예트 관장 이들은 오랜 기간을 학예사, 큐레이터로 기획, 행정, 경영업무를 익혀 10년, 20년 동안 세계의 미술박물관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성격과 설립목적의 매뉴얼이 갖추어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미술박물관이 국내에는 전무한 이때에 문화관광 사업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미술박물관의 시스템을 갖춘 공간예술의 전당을 하나쯤은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기전<전주현대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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