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정말 스티브 잡스가 없을까
우리나라에는 정말 스티브 잡스가 없을까
  • 이상직
  • 승인 2019.06.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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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8일 뜨거운 무대가 있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창립 40주년 비전 및 CI 선포식’이었다. 그날 저녁 40년 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위한 화합의 장이 마련되었고 중진공의 음악동호회인 ‘나비야’와 합동공연을 하였다. 청바지를 입고 기타를 직접 치면서 팝송을 부르는 필자의 모습에 직원들이 환호하였다.

 ‘청바지의 CEO’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가 떠오를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를 입고 고객에게 직접 신상품을 설명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고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 후 CEO가 직접 상품을 소개하거나 청바지를 입고 직원과 소통하는 것이 유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리더십의 본질은 청바지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 고객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 실용적인 가격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일 것이다. 동시대 기업가정신의 대명사 스티브잡스를 떠올리면서 과연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기업가정신을 대표할 기업가가 없었을까 생각해 본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2014년 서울에서 이전해 온 경남 진주에는 지수초등학교라는 곳이 있다. 삼성 이병철, 금성(LG·GS) 구인회, 효성 조홍제 창업주가 모두 지수초등학교 1회 동창생이라고 화제가 된 바 있다. 무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의 산업,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한 창업주들의 혁신도 결코 스티브 잡스의 혁신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일례로 LG그룹 창업자인 연암 구인회 회장은 가전제품의 국내 ‘최초’ 신화를 쓰며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신기원을 여는 한편, “돈을 버는 게 기업의 속성이라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 기업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라.”고 했다. 지수초등학교 건너편 고즈넉한 기와집으로 단장한 구인회 회장의 생가에서 LG그룹의 정신적 기초가 된 인화·신용·기술을 중시한 연암정신을 되새겨 보았다.

 지난해 7월 진주시와 한국경영학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글로벌 기업인을 배출한 진주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로 선포하고 중진공 등과 기업활동 지원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하였다. 삼성, LG, 효성 등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스토리텔링화 하고 관광콘텐츠도 개발하는 한편, 기업사관학교 운영으로 대한민국 고유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하고 알린다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가들의 창업 성공신화가 충분히 혁신적이었다는 것을 새로운 세대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들에게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용어로 과거의 것이지만 이것을 즐기는 계층에게는 신상품과 마찬가지로 새롭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가정신 또한 시대의 산물이라면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의 원동력, 산업발전의 역군이었다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의 혁신성, 사회적 가치 실현 등에 우선순위를 두는 미래의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업스토리를 설명하여야 한다.

 필자는 모악산 자락 김제 촌놈으로 자라면서 뚝심 하나로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재벌 대기업 항공시장의 독과점을 깨고, ‘을’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일하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 매번 성과를 내면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시대의 혁신정신과 미래가치 창출을 경영철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혁신의 CEO’라는 기업가정신을 전파하는 것은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상직<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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