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전라도 사람” 다시 생각하기
“뿔난 전라도 사람” 다시 생각하기
  • 송산 송일섭
  • 승인 2019.06.13 18: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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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자는 TV조선 미스트롯의 최종 결연에서 시청자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대단한 가수다. 그런데 이 가수가 지난 6월 7일 전남 영광군 법성포 단오제 개막식에 초대되어 한 말이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울산 태생인 그녀가 생소한 전라도에 와서 뜻밖의 환대를 받자, 그 벅찬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지만 그 뒷맛은 씁쓸했다. 그녀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본다.

 “전라도 사람들은 실제로 보면 뿔도 나 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 발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여러분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시니 너무 힘나고 감사드린다”

 낯설기만 한 전라도에서 뜻밖의 환대를 받으면서 그 고마움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도 홍자의 속마음은 그런 감정에서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 논란이 일어나자 그녀가 곧 밝힌 사과문에서도 그녀의 그런 진정성은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야깃거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전라도에 대한 그릇된 프레임이 그대로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1980년 대 중반에 태어났으니,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우리나라에서 진행되었던 민주화 운동의 혹독한 시련과 투쟁을 보고 들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1987년에는 6.29 선언이 있었고, 1992년에는 군부독재 종식에 따른 문민정부 실현 등이 그녀의 어린 시절에 이루어졌다. 그 무렵 부산의 초원복집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면서 극한의 지역감정을 부추겼던 일이 떠오른다. 바로 그 시절, 기성세대의 전라도에 대한 혐오와 거부가 신세대인 그녀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 것 아닐까.

 왜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들을 자신들과 똑 같은 존재로 보지 않았을까. 전라도에서는 걸핏하면 반독재 데모를 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의 우두머리가 되어 옥살이를 하던 시절이었으니, 전라도는 ‘골치 아픈 지역’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집단 따돌림’이 횡행하던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그 정도의 전라도 인식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날의 30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도 세상을 보는 눈이 균형감 있고 공정한 세대 아닌가. 그런데도 전라도에 대해서만은 삐딱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잘못된 프레임, 왜곡된 시선이 두려운 것이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오해로 번질 만큼 상황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TV 드라마에서도 하류층의 삶과 부정적인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게 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어 왔던 터에 홍자의 ‘뿔난 전라도 사람’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어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힐난할 수 있겠는가.

 사실 전라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든 동학농민운동이 이곳 전라도에서 시작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차별 속에서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뜨겁게 타올랐던 곳이 전라도다. 전라도 사람들은 정의가 왜곡되고 삶이 유린되는 꼴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뜨거운 대동의 꿈이 어느 지역보다 앞서서 일렁이는 곳이다. 그런데 청신 발랄한 30대의 신세대에게 전라도는 ‘뿔나고 발톱까지 있는’ 특별한 곳이라고 가르친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홍자의 우발적인 말실수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이것이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과정에서 나온, 그래서 세대를 넘어 전승된 이야기라면 참으로 불행한 일 아닌가. 최근 막말 정치판을 보면, 세상에는 맞잡을 손 하나 없고 온통 미워서 쫓아내야 할 적들만 가득한 세상인 것 같다. 어린 시절 어른들의 막말과 혐오가 홍자에게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하였듯이, 작금의 정치권의 막말과 혐오는 미래에 어떤 홍자로 나타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막말과 혐오, 그것은 국가를 위한 길도 아니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미래 세대들의 건전한 국가관과 세계관 형성을 위해서도 더더욱 아니다.

 

송산 송일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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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