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은 일이 이뤄졌습니다” 44년 만에 만난 모녀
“꿈만 같은 일이 이뤄졌습니다” 44년 만에 만난 모녀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9.06.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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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만에 딸을 만난 서안식(70)씨가 12일 전주시 전북경찰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조미선(45, 미국이름 Maelyn ritter)씨와 함께 사진과 기록을 보며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44년만에 딸을 만난 서안식(70)씨가 12일 전주시 전북경찰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조미선(45, 미국이름 Maelyn ritter)씨와 함께 사진과 기록을 보며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44년 전 친딸과 생이별한 어머니가 경찰의 도움으로 훌쩍 커버린 딸을 다시 품에 안았다.

 주인공은 서안식(69·여)씨.

 서씨는 지난 1973년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한 판자촌에서 막내딸인 조미선(45)씨를 낳았다. 하지만 아이를 두고 친정으로 가야만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고 산후 고통이 너무 커 혼자 몸조리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모녀의 얄굿은 운명은 시작됐다.

 어려운 생활 형편 탓에 남편은 서씨가 없는 사이 첫째 딸 조화선(당시 2세)씨와 둘째 딸 미선씨를 위탁기관에 보낸 것이다.

 서씨는 “미선이를 낳고 몸이 좋지 않아 남편에 의해 친정으로 보내졌다”면서 “5개월 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남편이 나와 상의도 없이 딸들을 해외로 입양을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거짓말 같은 현실에 서씨는 두 딸의 오빠인 아들만 데리고 그대로 집을 나왔다.

 남편이 “화선이와 미선이를 찾아주겠다”라며 재결합을 요청했지만, 서씨는 “화선이와 미선이를 내 눈앞에 데려오기 전까지는 그럴 일은 없다”며 맞섰다.

 딸을 찾아오겠다는 말만 믿고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남편은 어느새 소리 소문 없이 숨졌고 두 딸의 입양에 동참한 시누이들도 세상을 떠났다.

 결국, 서씨는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2017년 전북경찰청에 도움을 청했다.

 사연을 접한 경찰은 곧장 두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단서라고는 ‘첫째 딸은 익산, 둘째 딸은 영아원으로 보냈다’는 남편의 말이 전부였다.

 이에 경찰은 미선 씨가 맡겨졌던 전주영아원에 남겨진 기록을 통해 미국 시애틀로 입양된 사실을 접했다.

 기록에 따르면 미선 씨는 2살이던 1975년에 입양됐으며, 이후 영어 이름은 맬린 리터(Maelyn ritter)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은 지난 2월 페이스북을 통해 미선씨의 영어 이름과 같은 동명인에게 입양 여부 및 실종 아동을 찾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확인결과 그 동명인이 서 씨의 친딸인 미선 씨로 밝혀졌다.

 지난 4월 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 씨와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은 것이다.

 경찰의 노력으로 이들 모녀는 44년만에 해후하게 됐다.

 지난 10일 서울의 해외입양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눈물로 재회했다.

 서씨는 12일 전북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선씨의 손을 붙잡고 “44년동안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면서 “너무 미안하다”라며 흐느꼈다.

 이에 미선씨도 “꿈같은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사랑하는 엄마를 만나게 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서 씨는 아직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첫째 딸 화선 씨도 찾기를 희망했다.

 서 씨는 “7년 전 아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생이별한 두 딸은 꼭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이제라도 막내딸을 찾게 돼 기쁘지만, 큰딸도 꼭 찾고 싶다. 많은 분이 도와주면 화선이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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