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
  • 이춘호
  • 승인 2019.06.12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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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여름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한 유월의 요즘이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와 같이 함께해야 하는 운명공동체가 되어버린 우리는 그 누구도 교통 재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이륜차 특히 자전거와 오토바이 사고가 집중되고 있다.

 6월 들어 전주에서는 도로에 쓰러진 오토바이를 승용차가 역과하여 50대 후반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였고, 완주에서는 좌회전하던 승용차가 직진하는 오토바이를 충격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 그리고 지난 6.10일에는 익산에서 덤프트럭이 좌회전중 직진하는 오토바이를 충격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익산지역에서 사망 교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끔찍했던 교통사고 현장도 며칠 후 가보면 현수막 하나만 달랑 걸려 있을 뿐 금세 잊혀가는 것을 현실 앞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프고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교통사고의 원인은 결국 운전자?환경적?자동차 요인으로 분석하지만, 대부분 교통사고가 운전자 요인이 사고의 주범이라 단정할 수 있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회적 비용 손실액은 실로 엄청나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가장 위험한 정신적, 경제적 전쟁을 도로 위에서 치르는 셈이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일까? 결론은 운전자가 속도를 낮추면 보행자를 더 빨리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멈출 수 있다. 속도를 높일 때보다 낮출수록 차가 정지하는 제동거리도 짧아진다.

 교통사고가 ‘아차’하는 순간에 일어나는 만큼 차의 미묘한 속도 차이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속도별 자동차 대 보행자 인체 모형충돌 시험을 실시한 결과 중상 가능성이 시속 60km에서는 92.6%, 시속 50km에서는 72.7%, 시속 30km에서는 15.4% 이하로 낮아졌다. 이로써 자동차 속도를 10km만 낮춰도 ‘자동차 대 보행자’ 사고 발생 시 보행자 중상 가능성이 20%p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사망 가능성도 시속 60km에서는 80% 이상이지만 시속 50km에서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자동차 속도가 높아질수록 보행자에게 전달되는 충격 에너지가 늘어나 중상 가능성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심 제한속도가 시속 60km이지만 프랑스·호주·영국·스웨덴 등 교통 선진국에서는 대개 시속 50km 이하 수준이다. OECD국가 중 도심 제한속도가 시속 60km가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러시아, 멕시코 등인데, 이들 나라는 교통사고 발생률과 사망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 4월 17일 공포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2021년 4월 17일부터는 ‘도시 지역 중 주거·상업·공업 지역(녹지 지역 제외)’ 내 모든 일반도로의 최고속도를 시속 50km 이내로 제한한다. 다만, 지방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시속 60km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 도로별 제한속도 결정은 공학적·정책적 기준을 검토한 후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속도를 줄이면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교통사고 사망률이 줄어든다. 운전자는 스스로 제한속도를 의식하게 되어 주행속도를 늦추게 된다. 시속 10∼20km의 차이에 불과해 보여도 이것은 보행자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엄청난 차이가 된다.

 안전속도 5030으로 관리하는 도로는 변경된 제한속도에 맞게 도로 횡단면 설계를 변경하고 차량 속도를 제어하는 시설이나 보행자 횡단을 지원하는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또한, 운전자가 변경된 제한속도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안전속도 5030이 적용되는 속도 관리 구역 진출입부에 별도의 표지 또는 노면 표시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70%는 도시부 도로에서 발생한다. 그중 약 40%는 보행 중에 일어나며, 그 사고의 절반은 골목길이나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발생한다. 그럼 도시부 도로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 비중이 유독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결국 교통전문가들은 높은 제한속도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소통 위주의 교통정책으로 지금까지 속도를 낮추지 않았다. 그 결과 안전의식의 미비로 교통재앙이 반복해서 발생했고, 지금도 이와 비슷한 인명 피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의 교통 환경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 위주로 그리고 안전 중심으로 돌아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음주운전의 병폐로 오는 6월 25일부터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크게 강화된다. 굳이 단속이 아니더라도 음주운전이 가정을 파괴하는 중대 범죄임을 인식하고 지혜있는 운전자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도로위에서는 모든 운전자와 보행자가 공동운명체다. 도로 위 보행자나 이륜차가 나의 가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져야 한다.

 오늘도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전에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춘호<한국교통안전공단 전북본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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