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어청도 섬여행
군산시 어청도 섬여행
  • 정준모 기자
  • 승인 2019.06.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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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 어청도(於靑島)로 향하는 발길은 특별하다.

 볼거리가 많아서가 아니다.

 뭍 관광지처럼 사람들이 몰려서도 아니다.

 산해진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도 아니다.

 그저 사방이 망망대해로 둘러싸인 한낱 낙도에 불과하다.

 쉽게 접근할 수도 없다.

 두시간은 족히 배를 타야 첫발을 내딛을 수 있다.

 적어도 겉모습만 봤을 때 그렇다.

 어청도는 조그만 돌멩이 하나도 평범하지 않다.

 무수한 세월을 파도와 비바람을 견뎌온 장구한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다.

 그만큼 얘깃거리로 넘쳐난다.

 수려한 경관도 일품이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사람들의 발길도 덜 탔다.

 어청도 여행은 한마디로 오묘함의 극치다.

 ●천혜의 비경

 어청도의 진가는 지난 2010년 입증됐다.

 당시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국내 10개 명품섬에 이름을 올렸다.

 깊은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군산 어청도의 진면모 그 자체다.

 군산항에서 뱃길로 72㎞ 떨어진 전북도의 최서단이다.

중국 산둥성의 닭 우는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중국과 가깝다.

 그래서일까.

‘물 맑기가 거울과 같다’는 뜻을 가진 어청도(於靑島)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통상 섬 이름에 붙는‘청’은 맑을 청(淸)이다.

 그러나 어청도는 푸른 청(靑)자를 쓰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듯한 유래가 따라다닌다.

BC 202년께 중국의 한(漢)나라 고조(高祖)가 초(楚)나라 항우(項羽)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한다.

 항우가 자결하자 재상 전횡이 군사 500명을 거느리고 망명길에 오른다.

돛단배를 이용해 서해를 목적지 없이 떠다니던 중 중국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한 섬(현 어청도)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날은 쾌청한 날씨였으나 바다 위에 안개가 끼더니 갑자기 푸른 산 하나가 우뚝 나타났다.

전횡은 이곳에 배를 멈추도록 명령하고 푸른 청(靑)자를 따서 어청도(於靑島)라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어청도는 섬 전역이 볼거리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사금 채취를 위해 바위에 뚫은 굴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정자가 나타난다.

그 정자 곁엔 수백 년 묵어 보이는 소나무 가지가 당당한 기품으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안내한다.

 정자 옆으로 안산과 검산봉을 넘으면 동방파제로 연결된 새무작끝이 나온다.

 어청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산책 코스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어청소만쪽으로 뻗은 산줄기는 형언할 수 없는 감탄사가 연발되는 절경이 연출된다.

 어청도의 매력은 끝이 없다.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풍부한 어장을 자랑한다.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고 싱싱한 해물 먹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다.

눈과 다리, 입이 즐겁고 천혜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 바로 어청도다.

 ●테마의 섬

 어청도는 신비한 이야기를 토해낸다.

이 가운데 백미는 1912년 축조돼 원형 그대로 보전된 ‘어청도 등대’다.

‘등대’는 수은의 비중을 이용해 등명기(燈明機)를 수은 위에 뜨게 하면서 회전시킨 ‘중추식등명기’다.

 흔적과 그 유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 등대 가운데 네 번째로 지정된 등록문화재 378호다.

 출입문 위를 맞배지붕모양으로 장식하고 한옥의 서까래를 재구성한 조망대와 꼭대기의 빨간 ‘등록(燈籠)’등 등대 자체도 멋들어지지만, 주변의 해송이며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빼어난 절경에다 해상교통안전 지킴이 역할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휴식과 힐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어청도 봉수대’는 어청도 주봉인 198m 높이의 당산에 놓였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감시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여행길 섬에서도 조국을 사랑하는 조상의 존엄한 숨결이 느껴진다.

 ‘치동묘’는 기원전 2세기, 진나라 말 제나라를 다시 세웠던 전횡을 제사지내는 풍습이 내려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전횡은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자 측근을 이끌고 바다 한가운데인 이곳으로 피신한다.

이후 유방의 부름을 받자 한나라의 신하가 되길 거부하며 자결했다고 한다.

 전횡이 죽자 그를 따르던 500여 측근들도 그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후세 사람들은 그들의 의기를 높이 숭앙한다.

그리고 전횡을 풍어와 해상의 안전을 지켜주는 당신으로 모시고 매년 당제를 지내기에 이른다.

어청도는 역사·문화·관광이 어우러진 서해안 최고의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군산시 수산진흥과 이성원 과장은 “빼어난 자연 경관과 역사와 문화 자원이 살아 숨쉬는 어청도는 번잡한 도시를 떠나 ‘휴(休)’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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