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된 현충일…태극기 실종, 게양도 제각각
퇴색된 현충일…태극기 실종, 게양도 제각각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9.06.0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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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현충일은 그저 '빨간 날' 인식
순국선열 기리는 국경일 의미 퇴색 지적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는 현충일인 6일 전주시 진북동의 한 아파트 단지 대부분의 가구가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고 있다.   최광복 기자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는 현충일인 6일 전주시 진북동의 한 아파트 단지 대부분의 가구가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고 있다. 최광복 기자

제64주년 현충일인 6일 오전 10시 전주시 진북동 A 아파트.

2천여 세대가 넘게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였지만 현충일을 맞아 태극기를 내건 세대는 소수에 그쳤다.

이 아파트 단지 일대를 둘러본 결과 한 20층 아파트 한동에 내걸린 태극기는 고작 1세대에 불과했다.

순국선열의 희생 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제정된 현충일의 의미가 무색해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인근 아파트 단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주시 태평동에 위치한 B 아파트 단지에서도 현충일을 맞아 태극기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아파트 한개 동당 1~2개의 태극기만 덩그러니 걸렸을 뿐이었다.

그나마 아파트 세대 마다 내걸린 태극기도 제각각 이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충일은 다른 국경일이나 기념일과 달리 태극기를 조기(弔旗)로 달아야 한다.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 조의를 표하는 날이기 때문에 깃면의 너비(세로)만큼 내려서 달아야 하지만 게양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보는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었다

태평동 아파트 주민 김모(71) 씨는 “예전에는 현충일에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고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는데 요즘 사람들은 태극기 조차도 제대로 걸지 않는다”면서 “갈수록 삶이 팍팍해 여유가 없다 보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며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에 대한 인식도 줄어든 거 같다”고 말했다.

해마다 빚어지고 있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현충일이 가진 본질적 의미를 떠나 그저 하루 쉬는 ‘빨간날’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일부 보수단체가 태극기를 앞세운 집회를 벌여 특정 정파의 상징물처럼 변질한 것도 태극기의 위상을 떨어트렸다는 반응도 나온다.

 보훈지청 관계자는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태극기를 게양하고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홍보를 통해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맞는 현충일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강안 광복회 전북지부장은 “학교에서부터 제대로 된 역사교육 등을 통해 국가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순국선열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현충일에는 일반 가정집과 일반 기업에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태극기를 게양해야 하며, 공공기관과 관공서 등은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게양해야 한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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