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그 배면에 깔린 양극구조의 쓸쓸함
영화 <기생충>, 그 배면에 깔린 양극구조의 쓸쓸함
  • 송산 송일섭
  • 승인 2019.06.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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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우리에게는 특별한 낭보가 날아들었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는 우리 영화사상 획기적인 일이고 또 하나의 큰 꿈을 이룬 쾌거였다. 이 영화에는 두 가정이 대비적으로 비춰진다. 기태네 가족의 지하철 냄새로 표현되는 가난이 영화의 실마리다. 봉준호 감독은 특별한 대비와 터치로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필자는 이 영화의 스토리가 암시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자못 궁금했다. 우리 사회의 양극구조의 비극성을 터치한 것일까. 아니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지적한 것일까. 아무튼 봉준호 감독은 현실 차이로 야기되는 이 희비극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게 통렬한 자극이 되기를 소망했다고 한다.

 박 사장(이선균)은 기생충처럼 달라붙는 기태(송강호)의 가족 때문에 파국을 맞게 된다. 문제아이고 말썽꾸러기인 아들 다송이의 생일 잔칫날 박 사장 가족은 날벼락을 당한다. 지하 밑바닥에서 박 사장 가족의 물질적 풍요에 단맛을 들인 자들(기태네 가족, 전 가정부의 가족)이 축제의 장이어야 할 생일파티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날벼락은 마치 기생충들의 발호에 의하여 큰 병을 얻어 꼼짝달싹 못하는 중환자의 절망으로 느껴졌다.

 박 사장 가족의 풍요와 행복은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세계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풍요롭고 여유로운 가운데 영위되기를 희망할 테니까. 어느 날 백수에 불과한 기우가 딸 다혜의 과외교사로 침투한다. 뒤이어 그의 여동생 기정이가 일리노이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들 다송이의 과외교사가 된다. 또 기정이의 팬티 계략으로 아무 죄도 없는 운전기사가 해고되고 대신 기태가 운전기사로 뽑힌다. 그것뿐인가. 기정이와 기태의 합작품으로 마지막 남은 엄머니까지도 가정부로 들어오는 장면은 충분히 희극적이다. 박 사장 가족이 캠핑여행을 떠난 후에 벌이는 광란의 파티,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등장한 전 가정부, 연이어 보여주는 지하실의 유폐된 삶은 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기태 일가의 기생충 같은 삶만으로도 아팠는데, 전에 있었던 가정부 남편의 은둔은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기생충 문화에 젖어 있는 것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과 연결되는 접점이 많다. 국민과 국가는 마땅히 보호받고 지켜져야 하는 존재임에도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면 현재로서는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을 만큼 비관적이다. 서민들의 소박한 꿈을 망가뜨리고 있는 세력들이 너무 많아서다. 하루하루 세상이 메마르고 거칠어지고 있는 것, 이것 또한 기생충들 탓 아닐까.

 경제파탄이라고 서로 날선 비판을 하면서도 그들이 정작하고 있는 일이란 한쪽에서는 ‘현재 상태의 지속’이라는 편협함에 매몰된 느낌이다. 병이 나서 아프다고는 소리는 치면서도 이것을 수습하고 고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 고꾸라져 죽기만을 바라는 심보 아니고 무엇인가. 서로 총질을 하고 싸워야만 시원하다는 듯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심보는 무엇인가. 하루하루가 막말 경쟁이라도 하듯 판을 더럽히는 것은 기생충 심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판은 부잣집에 잠입하여 자신의 안락과 풍요를 오래도록 누리고 싶어 하는 기태 가족의 심보와 어쩌면 그리 닮았을까.

 상대가 하는 짓은 모두 못 보겠다는 듯 고갯짓을 하는 것은 기생충의 몸부림처럼 낯설다. 사사건건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는 정치판, 국민의 정서가 어긋난 막말을 무지막지하게 쏟아 놓는 일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올 들어 단 며칠 일을 했을 뿐, 팽팽 놀고 있는 국회의 모습도 국민들에게는 기생충처럼 비쳐진다. 우리가 누구에게라도 기생충처럼 비춰진다면 이것처럼 쓸쓸한 일은 없을 것이다.
 

 

송산 송일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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