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을 펼치다
세계가 주목한 ‘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을 펼치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6.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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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서원이 국가문화재를 넘어 세계인의 유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신청한 9곳의 서원은 전국에 분포된 600여 개의 서원 중에서도 제향자의 정신이 가장 잘 구현된 곳이다. 특히 한국의 서원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했던 조선시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미술문화·2만원)’은 조선 선축의 매력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길잡이 같은 책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 되고 있는 ‘한국의 서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출간돼 더욱 눈길을 끈다.

 선현의 삶의 공간에 녹여낸 아홉 곳의 서원은 모두 다른 건축 구조와 공간의 배치를 보인다. 주자와 퇴계 이황이 서원의 배치 규정을 정립했으나, 한국의 서원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제향자의 삶과 지형 조건에 따라 변화를 주었던 까닭이다.

 그 중에서도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서원인 무성서원은 고운 최치원(857~?)을 모신 서원으로 이름이 나있다. 통일신라 정강왕 때 태산(지금의 태인)군수로 부임한 최치원 선생의 치적에 감사하며 고을 백성들이 그를 생사당에 모신 것이 무성서원의 시초다.

 무성서원은 산수풍경이 빼어난 곳에 자리한 일반적인 서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9곳의 서원 중 유일하게 마을 가운데 앉아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서원에 비해 규모가 조촐하다. 이는 부속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은 마을의 기능을 빌려 올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성서원은 마을 속에 위치하며 민중과 소통하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상황에 맞추어 공간을 설계한 시중(時中)의 건축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한국의 서원은 세상의 기준에 스스로를 억지로 맞추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법을 건축 공간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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