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김동식 선자장, ‘합죽선, 60년’전
국가무형문화재 김동식 선자장, ‘합죽선, 60년’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6.04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력 5월 5일 단오를 앞두고, 전주의 위대한 유산인 합죽선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주목된다.

 지난 2015년 대한민국 최초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으로 지정된 김동식 보유자가 5일부터 1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합죽선, 60년’전을 선보이는 것이다.

찌는듯한 무더위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는 요즘에도 부채만들기 만큼은 멈추지 않는 장인의 손길이 더욱 고맙게 느껴지는 귀한 전시다.

 사실, 합죽선의 제작공정은 매우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대나무 진을 빼는 과정에서부터 사복 처리 과정까지의 엄청난 공정과 기간이 지나야만 한 자루의 부채를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식 보유자가 어린 시절, 그 기술을 전수받을 당시에만 해도 2부(골선부, 수장부) 6방(합죽방, 골선방, 낙죽방, 광방, 도배방, 사북방)으로 분업화가 됐을 정도로 전주의 부채 산업은 매우 활발했다.

 하지만, 현재는 산업화와 전통문화의 침체로 인해 사람들이 떠나면서 모든 공정이 온전히 부채 장인의 몫으로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합죽선이 문명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아 왔지만, 역설적으로 김동식 선자장은 기계의 혜택을 외면한 채 전통 방식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는 장인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황실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50개의 살로 이루어져 100번이 접히는 ‘오십살백(百)접선’을 선보인다. 조선시대에 부채는 고가의 사치품으로 신분에 따라 부채살수에 제한을 두었는데, 왕실 직계만이 부채살이 50개인 오십살백접선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오십살백접선은 총 가로 길이가 94cm에 이르는 대형부채로 수공으로만 제작이 가능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수공으로 제작되어 신경 쓸 부분이 많기도 많지만, 김동식 선자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부채 ‘등’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 부채 등은 부채 손잡이 부분의 가장 끝 부분으로 버선코 모양과 닮아있다. 직사각형 네모난 나무 조각을 ‘짜구’라는 도구를 이용해 모양을 낸 후 수많은 손질을 통해 부채의 끝을 고운 선으로 만들어 낸다.

 김동식 선자장은 “부채 등은 부채의 대들보와 같은 역할로 부채 등을 너무 뾰족하게 깎으면 부채가 가벼워 보이고 너무 뭉뚝하면 부채가 가진 고유의 미를 해친다”고 말했다. 상아, 우족, 유창목, 화덕, 대추나무, 먹감나무, 흑단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부채 등을 제작해 아름다움이 그만이다.

 이 밖에도 둥그런 모양의 윤선, 선면에 황칠을 한 황칠선, 천연염료로 선면을 염색한 염색선, 선면에 비단을 붙인 비단선, 변죽에 나전을 붙여 장식한 나전선, 뱀 머리 모양을 닮은 사두선, 스님의 머리 모양을 닮은 승두 옻칠선 등 60여 점의 다양한 부채를 만나볼 수 있다.

 김동식 선자장은 “현대적인 것에 사람들이 눈을 돌릴 때 어떻게 하면 우리 전통의 방식을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수공의 작업을 고수했다”며 “저의 인생 60년이 담긴 합죽선을 통해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동식 선자장은 2007년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선자장으로 지정된 후, 2015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첫 번째 선자장으로 지정됐다. 2016년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프로테짜 다바소 국제수공예박람회에 참여했으며, 서울 국회도서관, 국립무형유산원, 전주부채문화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기획전으로 합죽선을 알리는데 힘써왔다. 현재는 아들 김대성씨와 같이 가업을 이어가며 합죽선 공방(동성공예)을 운영 중이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