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용기가 필요한 사회
큰 용기가 필요한 사회
  • 김동근
  • 승인 2019.06.04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사건 사고로 바람 잘 날이 별로 없다. 최근 몇 달간 일어난 대형 사건들을 간추려 보면 ‘헝가리 유람선 침몰’, ‘국가정보원장과 여당 연구원장의 회동’, ‘한미정상 통화유출’,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인보사 허가 취소’, ‘패스트트랙 지정 후폭풍’, ‘강원도 대형 산불’, ‘버닝썬 게이트’ 등이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국가와 기업들이 미중 어느 쪽을 선택하여야만 하는 기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누군가의 잘못이나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 잘못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범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린다.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피해자로 포장되기도 하고, 모함과 궤변으로 억울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적반하장(賊反荷杖: 훔친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휘두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적반하장은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적반하장의 심리는 상대방의 사소한 잘못을 부각시켜 자신의 큰 잘못을 숨기고 이것을 대외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정당화시키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라첼 바르칸과 미국 듀크대학 댄 아리엘리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합리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잘못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되면 다른 사람의 도덕성을 강하게 비난하는 과잉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잘못을 인정하게 되면 자신이 힘들게 쌓아 온 것들을 한꺼번에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왔던 말과 행동이 부정되기 때문에 자존심이 이것을 허락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불이익을 모두 받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당장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되려면 우선 자신의 잘못을 복기(復棋)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사과에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정성 있는 사과의 대표적인 사례는 19882년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사건’에 대한 사과이다. 이 사건은 시카고에 살고 있는 정신병자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투입한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자 경영진은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하였다. 먼저 주요 미디어에 협조를 요청해 대대적인 경보발령을 하였다. 그리고 존슨앤드존슨은 미국의 FDA가 시카고 지역의 타이레놀을 수거하라고 권고하였지만, 모방범죄를 우려하여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타이레놀을 수거하여 폐기하였다. 존슨앤드존슨은 타이레놀 문제가 해결되자 ‘타이레놀의 명예를 살리는 길은 더 좋은 타이레놀을 만드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임직원들이 노력하여 지금의 타이레놀이 진통제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기업들이 그렇지 못한 기업들보다 더 나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은 통계학적인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미시건 대학의 리(F. Lee)교수는 미국 14개 기업 제출 연차보고서 24년 분량을 조사하여, 각 기업의 주가가 어떤 요인에 의해 예측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각각 점수를 매겼다. 연차보고서 중 실적 악화 원인을 “우리 회사 탓이다”라고 인정하는 보고서와, “실적이 나쁜 것은 외부의 경영환경 악화 탓이다”이라 변명한 보고서를 각각 다르게 점수를 주었다. 연차보고서 제출 1년 이후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자기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회사일수록 주가가 더 많이 상승하였다.

 잘못을 부정하지 않고 배우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고,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경험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실수에 붙이는 이름이다.”고 말한다.

 공자는 “실수를 저지르고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그것을 실수라 부른다.”라고 말했다. 서양격언에도 “실수를 반복하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결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동근 /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