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문화분권부터 이루자
지방분권, 문화분권부터 이루자
  • 이정희
  • 승인 2019.06.0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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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도시의 성공은 지역주민이 각자 도시의 운영주체가 되어야 하고, 책임이나 짐을 함께 나눠야 가능하다. 미래에 가장 성공한 도시는 시민들 스스로 시민성, 창의성을 가지도록 지원 격려하는 도시다.’

 이는 2010년에 발간된 ‘UN미래보고서’의 내용 중 일부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지방분권’을 의미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지방분권’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 매우 늦었다. 하지만, 늦은 것도 아니다. 국민들은 장기간 중앙집권의 폐해로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켜왔기에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불균형 성장은 한국이 대표적이 아닐까? ‘집중과 선택’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세계무역규모 10위권에 진입했다. 수도권과 영남권의 잔치다.

 4차산업시대에 진입한 현재도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간 불균형현상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자유경쟁시장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간섭한다면 영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경제학자들은 일찌감치 이를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 ‘지방분권’이다. UN미래보고서에 명시된 것처럼 지역주민이 도시의 운영주체가 되는 것이 곧 미래도시인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다. 진정한 지방분권은 ‘재정독립’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발표된 ‘2019년 전라북도 재정공시’를 보면 전북도의 재정자립도는 21.6%로 전국 9개 광역도 평균 36.9%보다 무려 15.3% 포인트나 낮다. 전국 최하위권이다. 특히 14개 시·군 가운데 20%를 넘기지 못한 지자체가 무려 10곳에 달한다. 낮은 산업지수와 절대적 인구부족 때문이다. 인구유출, 특히 20~30대 청년 유출이 전북인구감소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모두 일자리를 찾아 떠밀려 나가는 것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미래신성장동력산업 발굴과 육성이다. 사람이 모여 생활하고 있는 곳이 지역이자, 도시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사람들이 모이도록 해야 한다. 전북의 현실로 볼 때 먼저 분권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지역문화진흥’이다.

 다행인 것은 전북 14개 시·군은 저마다 독특한 지역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도시마다 나름 차별화된 역사와 전통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 지역문화까지도 중앙문화에 예속되어 있다. ‘예향 전북(藝鄕 全北)’의 위상에 걸맞게 ‘문화분권운동’을 강력하게 펼쳐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문화분권의 법률적 기틀을 갖추고 있다. 문화민주주의, 문화다양성을 기본으로 한 ‘문화기본법’, 생활문화와 문화도시 등 지역문화 활성화를 기본으로 한 ‘지역문화진흥법’ 등이 그것이다. 지역문화진흥은 지역문화정책 및 프로그램을 수행해 나갈 공공기관으로서의 각종 문화관련 기관들의 기능과 역할을 조화시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문화분권의 최우선 목표는 지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민간기구와의 거버넌스 구축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관주도의 문화정책은 한계가 있다.

 민·관 협력 지역문화진흥을 위해 지자체는 영화·비디오물, 음악·게임, 출판·인쇄물, 방송영상물, 문화재,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디자인, 광고, 공연, 미술품, 전통 공예품,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 문화상품의 생산·유통·소비와 관련된 산업에 대한 중·장기 기본계획과 기간별 세부 시행규칙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한다. 문화예술인들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천해야 한다.

 최근 춘천시는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전방위로 역량 결집에 나섰다. 춘천시는 물론 춘천문화재단, 도시재생지원센터, 사회혁신센터, 축제위원회(마임·인형극·연극)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보다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문화도시 조성계획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적용되는 춘천 문화비전 종합계획수립을 위한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또 대학과 상생하는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강원대와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오는 11월 문체부의 ‘2019년 문화도시’ 선정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전북문화계는 경계해야 할 것이 또 있다. 지역문화진흥에 있어 특정 집단이나 계보가 ‘그들만의 잔치상’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문화분권의 또 다른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정희<수채화가/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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