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 개편 “워킹맘들의 열정”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 개편 “워킹맘들의 열정”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6.03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지영×김회경 부장 새 비전 세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조직개편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방향키를 잡게된 한지영 콘텐츠운영부 부장과 김회경 대외협력부 부장을 3일 건지산에서 만났다. 건지산은 지난 시간, 소리축제의 섹터로 발굴돼 매우 인기가 좋은 공간 중 하나다. (김미진 기자)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한·이하 소리축제)가 지역인재를 키우고 비전을 세우기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소리축제는 지난달 15일 조직위원 총회를 통해 기존의 사무국장 이하 6팀 체제를 1실 2부 5팀 체제로 개편했다. 실무형 관리자 중심으로 새판 짜기를 마친 것이다. 이제 막 출항을 앞둔 소리축제호의 방향키를 잡은 2부의 수장은 바로 콘텐츠운영부와 대외협력부의 한지영(42), 김회경(45) 부장이다. 축제의 역사와 함께 나이 앞자리도 바뀌고, 신분도 달라진 그들을 만나 축제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현재와 미래를 향한 꿈을 나눴다. <편집자주> 

 소리축제의 이번 조직개편은 지역 문화예술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대부분 사업비의 유무에 갈려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문화예술계의 생태계 속에서 그 판이 다르게 짜여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3일 만난 한지영, 김회경 부장도 조직의 이번 결정에 대해 큰 부담을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만감이 교차한다”고 표현하면서도, “처음 가는 길이라 그런지 무겁고, 긴장감이 크고, 생각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부장과 김 부장은 각각 올해로 소리축제에서의 근속연수가 각각 11년, 10년차다. 10여 년 전만 해도 축제의 존폐위기까지 거론되면서 안팎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던 조직에서 울기도 많이 울고, 울화통이 터졌던 시간들도 스쳐 지났기 때문일 터다.

 숨이 차도록 열심히 뛰어도 늘 꼴찌 등급에 머물렀던 그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의 소리축제 모습에서는 격세지감이 따른다. 몇 해 전부터 소리축제의 브랜드 가치는 상당히 높아졌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해외 교류와 외연 확대로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축제로 입지를 굳히고 있으니 말이다.

“당시에는 무엇보다 날카로운 비판이나 대안제시보다는 함부로 소리축제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너무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 반면, 스텝들 사이의 애정은 최고였죠. 내부에서부터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진단하고, 밤을 새워 토론하고, 미션을 세웠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네요.”

 한지영 부장의 말마따나 소리축제는 동네북(?)이었다. 매년 무엇을 못하는지 반성을 하고, 부족한 것을 메꾸고, 뒤돌아 보니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넘어 갔다. 지인들에게 소리축제에서 일한다고 말하기도 창피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긴 것도 맞다.

 사실, 전북은 전통예술공연 분야의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도립과 시립, 국립예술단까지 구축돼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민간예술단도 많다. 이러한 자원이 소리축제를 만들게된 배경이 됐지만, 축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여타의 다른 단체나 기관에서의 내용과의 차별성이 소리축제에 끊임없이 요구되어 왔기 때문이다. 매년 정체성의 문제가 거론되고, 프로그램의 질을 냉혹하게 평가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한지영 부장은 전통예술공연 분야에서 서울을 제외하고는 독보적인 전북에서 해야할 일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바뀐 문화환경 속에서 축제의 역할을 생각해요.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 속에 축제가 몇 발 앞서가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죠. 지금은 소리축제의 국제 파트너도 탄탄히 구축되어 있으니, 전북의 여러 단체와 기관과 협업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이번 개편은 축제의 현장 대응에 있어서는 매우 효율적인 구조가 아닐 수 없다. 프로그램과 무대를 묶고, 홍보와 행사, 마케팅을 엮어내 탄력적인 소통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만큼 대내외적인 변화에 맞서 신속하게 축제를 디자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축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축제 규모에 비해 집행할 수 있는 홍보비 비중도 높지 않은 현실적인 문턱도 있고요. 그렇지만, 이번 개편으로 홍보의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기도 해요. 전북도민들로부터 ‘소리축제는 우리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뛰어야죠”

당찬 김회경 부장의 포부를 뒤로하고도 두 사람의 수다는 계속됐다. 워킹맘들의 열정은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오는 10월 우리 앞에 열릴 열 여덟 번째 소리축제가 이렇게 뜨거운 언니들(?) 덕분에 더욱 궁금해진다.

 한편, 두 명의 부장이 승진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백이 생긴 기획팀장(기존 프로그램팀장)과 홍보팀장(기존 홍보기획팀장)에는 국내외 공연기획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아 일해 온 풍부한 경력의 조성원씨와 홍보기획팀에서 6년 동안 다양한 온·프라인 홍보와 대외업무를 맡아 실무능력을 키운 이조은씨가 낙점됐다. 지역의 문화인력들이 지속가능한 비전을 갖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내부 순환구조를 만들어낸 소리축제의 이미지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안팎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