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공포심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공포심
  • 이정덕
  • 승인 2019.06.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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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중심의 현대세계질서를 설계한 헨리 키신저는 2016년 <헨리 키신저의 세계질서>라는 책에서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제1차 세계대전 10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하였다. 당시 패권국가 영국과 도전국가 독일은 서로를 의심하여 대립이 격화되면서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1800년대 산업혁명과 광대한 식민지로 세계패권을 장악했던 영국은 뒤늦은 산업화로 급성장하는 독일의 도전을 맞이하여 결국 세계 1, 2차 대전을 치르면서 쇠약해지고 후방에서 경제적 성장을 거듭한 미국으로 세계패권이 넘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패권경쟁자인 소련을 계속 봉쇄해왔다. 닉슨은 헨리 키신저의 주도로 1970년대 후반 중국을 소련으로부터 떼어내 미국의 시장을 제공하며 소련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1970년대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올라 소련경제가 크게 활성화되며 미국에 대한 도전을 강화하자 미국은 군비경쟁을 강화하여 소련이 과다한 군사비를 사용하게 하였고 사우디와 영국북해의 석유생산을 대폭 늘리도록 해 석유가격을 폭락시켜 소련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 결국 소련은 1991년에 해체되었다. 1945년 이후 일본이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1980년대 여러 산업분야에서 미국을 넘어서자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의 가치를 두 배로 올려 일본의 해외수출을 힘들게 만들어 일본경제가 무너지는 데 일조했다.

  이제 미국지도자들은 중국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중국은 저가상품의 세계적 수출로 돈을 벌어 이를 투자하며 대규모 전문인력, 거대 내수시장,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첨단산업분야에서도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 벤처자본가들도 모임에서 2020년이 되면 수퍼컴퓨터, 인공지능, 자율자동차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다른 첨단산업들에서도 10여년 내에 그러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미 중국은 특허나 박사인력 배출에서 세계 최고가 되었다.

  중국의 세계사적인 성장과 미국중심의 세계질서에의 도전에 미국은 이제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2018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을 싫어한다는 미국인의 비율을 2007년 39%에서 2018년 55%로 증가했다. 또한 미국인 90%는 중국경제가 두렵다(concern)고 했고 또 90%가 중국기술이 두렵다고 했다. 최근 Axios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2가 중국경제가 두렵다고 했다. “우리보다 열등한 중국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우리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 미국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정서이다. “중국(정부)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정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요즈음의 미국의 언론이나 TV에서는 중국위협에 대한 발언들이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중국이 기술절취, 스파이, 지적재산권 침해로 중국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부정직하 방법으로 미국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일본이 급성장할 때 하원의원이 의사당에서 일본제품을 부수고, 일부 미국인들이 일제차를 공격하고, 중국계를 일본인으로 오인하여 공격하여 죽이는 일이 벌어졌었다. 이제 중국을 대상으로 그러한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미국정치인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2018년 10월 허드슨 연구소에서 펜스부통령은 “중국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도구는 물론 온·오프라인에서의 선전 도구 등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의 리더십에 도전하고 있다”며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중국죽이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게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열등한 중국이 자신들보다 강대국이 될까봐 갈수록 더욱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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