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박종완
  • 승인 2019.06.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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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마다 넝쿨장미가 흐드러지게 만발하는 계절의 여왕 5월! 비록 중국 발 미세먼지 탓에 예전처럼 청량함을 마음껏 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변의 산천초목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아침 햇살은 영롱하고 신록의 계절을 향해 점점 짖어지는 초록빛을 뽐내려는 가로수도 매일 그 빛깔과 모양을 달리하며 우리를 반겨준다.

 이처럼 모든 것이 싱그럽고 아름다운 오월!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마냥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아닌가 보다.

 요즘 TV만 켜면 정치권은 민생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당리당략을 위한 이념전쟁과 막말경쟁과 정파싸움 뿐이고, 하루도 끊이지 않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소식들로 온통 나라가 시끄럽다.

 며칠 전 사업에 실패한 가장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딸과 아내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한동안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해하려다가도 꼭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의문을 가져본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어렸을 적 정겨웠던 풍경들은 사라지고 사방이 콘크리트 벽들로 숲을 이루고, 공동체 마을에서 상부상조하던 품앗이도 가족 같았던 이웃사촌도 주변인들에게 가르침을 주던 마을의 참 어른도 찾아보기 힘든 각박한 세상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요즘세대는 아이들에게 조차 인성을 가르쳐 주기보다 전문지식만을 주입하고 경쟁사회 속에서 무조건 남을 이기는 법만 가르치고 강요하는 일등주의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싶다.

 또한 물질만능주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상대방과 가진 것을 비교하게 만들고, 가난했던 시절 일상에서 누리던 소소한 행복지수를 급격하게 추락시켜버렸다. 그 결과 절체절명의 순간에 스스로를 이내 패배자로 낙인찍고 쉽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일등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요즘 같은 사회적 분위기라면 누구라도 역경과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의 한계와 벽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도 부모가 자녀의 생사여탈권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며,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단순히 빈곤이나 빚 때문만이 아니라,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따라서 이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만 할 것이다.

 바라 건데 큰 벽과 마주했을 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제도와 장치가 개선되어야 하겠다.

 필자는 업무상 서울을 자주 가는 편인데 가끔 들르던 식당가 골목이 몇 년 전에 비해 썰렁함을 느낀다. 주인장께서 푸념을 내뱉으며 지방은 좀 어떠냐는 질문에 대도시가 이 모양인데 중소도시는 어떻겠냐고 반문하며 술잔을 비우는데, 불현듯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중략)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수천 개의 잎을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인은 두려움과 절망을 벽으로 묘사하고 작고 보잘 것 없는 담쟁이지만 결코 용기를 잃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손에 손을 맞잡고 다 같이 그 벽을 넘는다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건물에도 담쟁이가 벽을 오르고 있다. 송판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라 주위환경과 조화를 위해 담쟁이를 심어 봤는데 척박한 환경에도 왕성하게 잘 자라 주었다.

 담쟁이는 계절마다 그 모양과 빛깔이 다양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포토 존이 된지 오래다.

 더욱이 모퉁이 담쟁이 넝쿨 속에 쥐박구리새가 둥지를 틀고 연신 들락거리는 모양새를 보니 조만간 새 생명이 태어날 것 같은 예감이다.

 필자는 어미 새가 인기척에 놀라지 않도록 조심조심 애써 모른 척하며 올해에도 새 생명의 탄생을 기원해 본다. 그리고 온 계례가 공존과 상생 그리고 배려와 화합을 통해 손을 맞잡고 담쟁이들처럼 벽을 넘어 전국에서 밝은 희망의 메아리가 울러 퍼지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박종완 / 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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