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춘오악회와 방탄소년단의 노래
유춘오악회와 방탄소년단의 노래
  • 황진
  • 승인 2019.05.29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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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이 가며 꽃들이 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하지만, 꽃은 떨어져 쌓여있는 모습도 아름다워 뇌리에 짙게 남아있다. “떨어진 꽃이 섬돌에 가득하였다.”는 이미지로 인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18세기 실학자들이 자기들이 연주하는 악기를 들고 친구의 집에 모여 음악회를 열었다. 이른바 ‘실내악’인데 전문연주가들의 연주를 감상하는 서양의 음악회가 아니고 취미로 연주하는 동호인 모임이었다. 이 음악회에 같이 참여했던 연암 박지원은 <한여름 밤의 연회>라는 이름으로, 청성 성대중은 <유춘오악회의 기록>으로 자신들의 문집에 글을 남겼다. 유춘오-봄이 머무르는 둔덕-는 모임 주관자인 홍대용의 당호였던 것.

 <홍대용은 가야금을 앞에 놓고, 홍경성은 거문고를 잡고, 이한진은 퉁소를 소매에서 꺼내고 김억은 서양금의 채를 손에 들고, 장악원의 공인인 보안이 또한 국수로서 생황을 불었다. 유학중은 노래를 거드는데 교교재 김용겸은 나이 덕으로 높은 자리에 임한다. 맛있는 술로 약간 거나해지자 무리의 소리가 어울려 일어난다. 동산은 깊고 날은 고요하니 떨어진 꽃은 섬돌에 가득하였다. 궁성과 우성이 번 갈아 연주되니, 곡조가 그윽한 경지에 들어선다. 담헌이 세상을 떠난 다음해(1784)에 쓰다.>라고 성대중은 쓰고 있다.

 박지원은 <하야연기> 에서 진행된 사실을 기록하고 “밤이 깊어 떠도는 구름이 사방으로 얽히고 더운 기운이 잠깐 물러가자, 줄에서 나는 소리는 더욱 맑게 들렸다.” 고 그 음악회의 정황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우리의 선조 실학자들은 음악회를 통하여 대동의 음악사회를 구현하였다. 홍대용은 유춘오악회를 열어 자신이 직접 가야금을 연주하고 천민 출신의 악공 보안과 중인 출신의 김억 등과 더불어 음악을 통하여 신분을 초월한 교유를 즐겼다. 박지원과 성대중은 이러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음악회의 효시이며 모범적인 악회상을 증언하고 있다. 멋진 선조들이 아니신가.

 꽃은 떨어져 쌓여도 아름다운데,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게 사람이다. 사람이 따뜻한 인간애, 가족주의를 넘어선, 이기적이지 않은 사랑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문화를 즐기면서 기품 있게 살았으면 하는 게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이런 세상을 갈구하는 오늘날,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음미해보자.

 <오늘은 절대 죽지 말아/ 빛은 어둠을 뚫고 나가 /새 세상 너도 원해/ 날아갈 수 없음 뛰어/ 뛰어갈 수 없음 걸어/ 걸어갈 수 없음 기어/ 기어서라도/ -중략- 서로가 서롤 전부 믿었기에/ 오늘은 안 죽어 절대/ 너의 곁에 나를 믿어/ 나의 곁에 너를 믿어 함께 라는 말을 믿어/ 니 눈 속의 두려움 따위는 버려/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 승리의 날까지/ 무릎 꿇지 마 무너지지마 / Hey 뱁새들아 /Hey 친구들아!>  한국인의 자랑이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방탄소년단의 희망의 찬가다.

 날아갈 수 없으면 뛰고, 뛰어갈 수 없으면 걷고, 걸을 수조차 없으면 기어가자던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바람대로 인류 역사는 진전을 이뤄냈다. 우리도 가야 한다. 우리가 어느 때인들 태평하고 쉬웠던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것이 우리의 역사였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곁에 있는 너와 나를 믿고 무너지지 말고 무릎 꿇지 말아야 한다. 적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빤히 보이는 유리천장은 깨부숴야 한다. 이것은 우리 뱁새들에게, 친구들에게 외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응원이기에 더욱 믿음직스럽다. 젊은 세대들에게 배워야 한다.

 입하 즈음에 핀다 해서, 꽃 색깔이며 모양이 너무나 이밥(쌀밥) 같아서 붙여진 이름 이팝나무 꽃. 한동안 황홀하게 피어 하늘을 더욱 탐스럽게 바라보게 하더니

 꽃이 진 자리는 멍석 위의 쌀인 양 착각을 일으킨다. 배고픈 시절 우리 서민들의 감정을 덧대어 바라보니 남다른 감회에 휩싸인다. 우리가 그토록 희구하는 平和는 무엇보다도 쌀이 입에 골고루 들어가야 함을 일깨워주는 이팝나무 꽃이다.

 황진<군산시민 정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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