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老老)돌봄’의 그늘과 ‘간병살인’
‘노노(老老)돌봄’의 그늘과 ‘간병살인’
  • 최낙관
  • 승인 2019.05.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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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와의 전쟁은 과연 끝이 있는 것인가? 최근에도 우리지역 군산에서 10년간의 긴 간병 끝에 치매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80대 남편이 검거됐다는 소식은 씁쓸함을 넘어 삶이 무엇인지 공허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노(老老)돌봄’이 돌봄을 제공하는 노인 당사자들에게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겨주고 끝내 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배우자를 살인하기도 하고 아울러 스스로 자살을 선택케 하는 작금의 상황들이 우리를 슬프게 만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극한 상황들이 특정지역을 넘어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노노(老老)돌봄’이 끝내 ‘간병살인’으로 이어지는 참담한 현실에서 과연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진행 중인 우리나라 인구고령화 추이를 볼 때, ‘노노(老老)돌봄’으로 인한 사회문제는 더 확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10.5명인 노령화지수(0~14세 유소년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2060년에는 현재보다 4배나 증가한 434.6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노노 돌봄 현황 실태조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적절한 출구를 찾지 못하는 노인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국 60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노인 돌봄의 가장 큰 책임자로 응답자의 39.1%는 배우자를 선택했고 심지어 노인 자녀를 꼽은 응답자도 24%나 됐다. 이에 반해 국가를 돌봄의 책임자로 인식한 응답자는 27.3%인 반면 지역 사회를 꼽은 응답자는 9.6%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노인 10명 중 4명이 한편으로 끝까지 자신의 치매 배우자를 책임지겠다는 상황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건강악화를 우려한 응답비율이 45.9%, 정서적 스트레스가 25.6% 그 뒤를 이어 생계활동 제약을 20.8%로 인식하고 있어 노노(老老)돌봄이 현실적인 문제와의 괴리 속에서 얼마나 감내하기 어려운 일인지 그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전라북도의 상황은 어떠한가? 보건복지부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8」에 의하면, 전라북도의 치매부양비(생산가능 인구 100명이 부담해야 하는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3.0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전남(3.6)에 이어 두 번째로 낮고, 치매의존비(치매노인 1명을 돌봐야 하는 생산가능 인구)는 33.3명으로 전남 27.7명에 이에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전라북도 내부 자료를 좀 더 들여다보면, 85세 이상 고령노인의 경우 전체 노인의 약 33.2%가 치매노인인 것으로 나타났고 80세에서 84세의 노인도 전체 노인의 약 19.51%가 치매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인빈곤이 상대적으로 가중되고 있는 전라북도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한계를 넘어선 간병살인이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은 더 이상 선택일 수 없다.

 자녀의 독립으로 오랜 빈 둥지(empty nest)시기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노인단독가구의 수가 늘어가는 지금, 그 둥지에는 오히려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70대 노인이 90대 노부모를 돌보는 ‘노노 간병’은 물론 심지어 치매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적 범죄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왜 ‘돌봄의 사회화’가 중요하고 ‘커뮤니티 케어’가 필요한지 그 답이 여기에 있다. ‘노노 돌봄과 간병’의 무게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이제는 우리 모두가 노인들의 인권과 삶의 질을 위해 지역사회 차원의 협력과 구체적인 실행방법들을 반드시 도출해야 하는 시대적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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