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의 휴식이 생명을 지킵니다
10분의 휴식이 생명을 지킵니다
  • 이호경
  • 승인 2019.05.29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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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가고 여름의 문턱을 넘고 있는 지금 한낮 기온은 30℃를 오르내리며 무더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고속도로는 단조로운 주행환경 때문에 장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졸음이 올 수 있다. 운전 중 자주 하품이 나오고 눈이 감기는 것은 몸에서 쉬어가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227명 중 70%에 가까운 154명이 졸음 관련 사고로 숨을 거두었다. 전북지역에서도 22명의 소중한 생명이 세상을 떠났고, 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2명의 사망자가 졸음 사고로 숨을 거두었다. 고속도로 사망사고 원인 1위가 바로 졸음이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졸음사고를 줄이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난 2월 27일 국토교통부, 경찰청, 대한교통학회 등 여러 기관이 참석하는‘고속도로 졸음사고 예방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졸음사고 예방을 위한 16개 세부 실천과제를 선정했고, ‘10분의 휴식이 생명을 지킵니다’라는 슬로건을 선정하여 운전자 스스로의 휴식이 졸음사고의 최선책임을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운전자들은 평소 운전 중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까? 2016년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KTDB)의 내비게이션 자료를 활용해 고속도로 중장거리 운전자들의 휴게소 방문 비율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150~250km 거리는 27%, 그 이상 거리는 36%의 운전자만이 휴게소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량 10대 중 여섯 대가 서울에서 대구까지 약 260km를 한번도 쉬지 않고 달린다는 의미다.

 졸음의 가장 큰 원인은 피로다. 일반적으로 휴식 없이 2시간 이상 운전하면 피로가 급증한다. 고속도로 구간별로 2시간 이상 운전하는 차량 비율이 약 2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내 차 주변의 차량 10대 중 2대는 졸음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졸음사고는 잠깐의 휴식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에서는 운전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11년부터 현재까지 30개소의 졸음쉼터를 설치하였고, 24개소의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호남선지선 벌곡휴게소(대전방향)에는 국내 최초로 샤워실, 수면실 등 화물차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시설을 갖춘 ‘EX 화물차라운지’를 설치했다. 올해에도 서해안선 군산휴게소(서울 방향)와 호남선 여산휴게소(순천 방향)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니 장거리운행 중 꼭 한번 이용해 보기를 강력히 권유한다.

 현재 전북지역 고속도로 사망자수는 1명으로 작년에 10명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9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것이다. 필자는 졸음으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휴게시설 확충뿐만 아니라 운전자 개인의 성숙한 안전문화 의식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운전자에게 휴식을 권하는 동승자의 배려도 필요하다. 졸음운전 사고는 다른 무엇보다도 안전을 등한시하는 개인의 운전습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졸음운전 예방을 위해서는 1~2시간 간격으로 휴게소 또는 졸음쉼터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장거리 운전 전날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운전 중에는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졸음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고속도로는 고속주행으로 한번 사고가 나면 그 피해가 막대하다. 이번 칼럼을 계기로 10분의 휴식이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가 대폭 감소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호경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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