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꽃 향기에 기대어 서서
라일락꽃 향기에 기대어 서서
  • 김천환
  • 승인 2019.05.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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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일락꽃 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었네”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의 한 소절이다. 집앞 정원에 눈부시게 핀 연보라 빛 라일락 꽃에서 첫사랑 향기가 묻어나는 5월도 어느덧 끝자락이다.

 요즈음 ‘전주종합경기장을 시민의 숲 1963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로 시작 된 전주공설운동장 개발 방안이 지역의 핫 잇슈다.

 1963년 도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성금과 예산을 합쳐서 지어진 전주종합경기장은 전국체전을 비롯한 스포츠행사 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행사의 중심지로 도민이면 누구나 추억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시설 노후화와 전주의 변방에서 전주관문이라는 노른자위로 떠오른 지리적 특성으로 재개발문제가 도민의 비상한 관심이다.

 더욱이 개발방식을 두고 2005년 전라북도로부터 전주시가 양여 받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라도 전라북도와 전주시 그리고 민간투자자간 공통분모를 찾아 가능성 있는 대안을 만들어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투자기업에 유리한 조건 아니냐는 특혜시비와 당초 내세웠던 공원조성이라 보존에 무게를 둔 지역상권보호라는 명분이 사라졌다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기왕 추진 해야 한다면 먼저 전주시가 과거 호남제일성 고도로서의 자부심과 현재 전라북도의 도청 소재지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철학과 비전 제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예산을 수반한 실행력과 진정성이 담보된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준다면 도민들의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요구(position)와 욕구(needs)를 정확히 파악하여 조정해 나가는 협상의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

 협상과정에서 전주시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는 과거의 협상방법보다는 전주시민 나아가 전라북도민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충족하는 협상으로 더 큰 파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숫자상으로 이기는 것보다 미래유산으로서 시민들에게 더 큰 자부심을 줄 수 있수 있다면 성공한 협상이고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다.

 전주공설운동장 주변개발과 유사한 서울시 잠실운동장 주변 국제교류복합지구 추진사례를 눈여겨 볼만하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9월에 걸쳐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에 199만㎡에 대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국제교류복합지구에도 민간투자사업이 포함 되어 있다. 잠실운동장 일대 33만4605㎡를 2025년까지 전시·컨벤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수변문화·여가가 어우러지는 글로벌마이스(MICE)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에서 올림픽 주경기장, 도로, 하천 등 공공성이 강한 기반시설은 공공주도로 추진하고, 전시컨벤션, 호텔, 야구장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설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기본방침을 발표했고, 2016년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에서 본 사업을 최초 제안하였다.

 제안내용을 보면 전시·컨벤션(전용12만㎡규모), 야구장(3만5천석규모), 스포츠컴플렉스(11,00석 규모), 업무시설 70층, 숙박시설 1,200실, 문화·상업시설 등 총 사업비 2조4,918억원을 전액 민자사업으로 제시하였다.

 서울시의 사례에서 보듯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비전 제시와 계획을 수립하고 여기에 민간투자 유치를 접목하는 적극적인 행정이다. 그리고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등을 통해 협상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내공을 갖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논란보다는 서로 마주 잡은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간격을 좁혀 나아갈 때다. 전주공설운동장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마이스(MICE)산업 거점으로 위상을 갖춘 전라북도의 대표 랜드마크가 되었으면 바래본다.

 김천환<전북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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