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영화 군산서 최초제작, 영화사 재조명할 때
전북영화 군산서 최초제작, 영화사 재조명할 때
  • 이복웅
  • 승인 2019.05.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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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 100주년에 영화 “기생충”으로 올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봉준호 감독이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를 받았다 이로써 한국영화가 국제사회에서 최고수준의 영화로 인정받은 셈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영화의 제한된 제작여건을 인내하면서 오직 영화에 전념한 결과여서 더욱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북도민과 함께 힘찬 박수를 보낸다. 도내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에 앞서 전북영화의 원류를 찾아 전북 영화사를 재 정리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기, 그리고 남북분단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당시 제작된 초기 영화는 사회·경제적 동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반공영화 위주로 이루어졌었다. 이 무렵 영화들은 고작 「해방뉴스」와 기록영화들이었다. 제작 편수는 증가 해 나갔지만 그 내용은 빈곤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이러한 소용돌이 치는 극한 시대 상황 속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영화인들의 치열한 열정이 있었던 시대였다.

 군산은 이러한 시대적 환경을 배경으로 개항 이후 그 어느 지역 보다도 외래문화가 빨리 유입되는 항구도시로 성장하여 경향각지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각 분야의 문화 부흥이 되었다. 전북의 최초 공연장인 「군산극장」과 영화 상영관인 「희소관」이 모두 군산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군산의 영화 제작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으며 이는 전북 영화의 최초 제작지가 되기도 한다.

 군산은 문화부흥의 환경을 토대로 1948년 영화<끊어진 항로>가 전북에서 최초로 군산에서 제작된다. 이 영화를 감독한 이만흥은 1924년 함경남도 안변에서 출생하여 일본 니혼대학 예술과를 졸업하고 신코시네마에 근무 했다. 그는 1947년 일본 생활을 접고 군산으로 와 군산신문사 기자(후에 편집국장)로 입사를 하면서 군산과 인연을 맺는다. 1948년 이만흥은 당시 군산의 재력가인 김금천의 지원을 받아 그가 직접 쓴 시나리오 <끊어진 항로>를 R.X.K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16㎜ 무성영화를 감독한다. 이 영화에 처음 출연한 이강천은 군산과 생활권 같은 충남 서천군 종천면에서 1921년에 출생하여 일본 도교 미술학원을 졸업하고 미술학도로서 미술계에 종사하다 이만흥감독을 만나 영화계에 입문하여 이만흥 감독의 <끊어진 항로>에서 마술담당과 배우로 출연한다. 이강천은 처음 출연한 <끊어진 항로>는 연기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여 연기자를 단념하고 영화 미술을 담당하면서 1945년 나운규의 <아리랑>을 재해석한 <아리랑>을 발표하면서 감독으로 데뷔해 1955년 유명한 <피아골>을 발표하면서 <백치 아 다다>, <격퇴>, <나는 속았다>,<타인이된 당신>등 수많은 영화를 감독하여 한국 영화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만흥감독의 데뷔작 <끊어진 항로>에 주연으로 출연한 이집길은 익산시 함라면 출신으로 일본 음악대학을 나와 귀국 후 영화배우로 활약했다. 영화배우 김진규, 도금봉이 그의 문하생이기도 하다. <끊어진 항로>는 밀수업을 하는 이집길과 성실하게 살아가는 월급쟁이 이강천의 대조적인 삶을 조명하고 있다. 해방 이후 작품이라 계몽적이고 시류에 편승한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이었다 이만흥은 1949년에는 <자유부인>으로 잘 알려진 한형모 감독의 <성벽을 뚫고>를 기획하였다. 이 영화는 군산과 익산에서 창설된 육군 제3연대 연대장 함준호의 주도로 만든 반공영화로 좌우 이념이 불러온 비극을 담은 영화다. 당시의 시대상을 현실감 있는 연출로서 오늘날에도 영화사적으로 희자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만흥은 그 외에도 <청춘>, <애정산맥>, <탁류>, <원한의 성>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안타깝게도 전북영화사 뿐만아니라 한국영화사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인 <끊어진 항로>와 <성벽을 뚫고>는 원필름을 찾을 수가 없다.

 매년 전주국제영화제를 열면서 정작 전북영화사를 조명하려는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한국영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즈음에 전북영화사를 재조명하는 사료적 정리 작업을 서두르기를 바란다.

 이복웅<사)군산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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