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사회 전체 피해 주는 중대한 범죄
보험사기, 사회 전체 피해 주는 중대한 범죄
  • 김용실
  • 승인 2019.05.27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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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보도에서 보험사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단골 뉴스이다. 다수 보험에 가입한 뒤 허위 서류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거나, 고가의 외제차를 몰면서 운전이 서툰 여성이나 노인 차량을 일부러 들이받아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은 이제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손해보험사기는 경미한 사고를 악용한대서 그치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생명보험사기는 그 폐해가 훨씬 더 심각하다.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바다에 추락시켜 아내를 죽이거나, 집에 불을 질러 가족을 살해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동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보험사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면서 생명경시와 불신풍조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7,982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17년에 비해 9.3%나 증가했다. 2016년 9월에 보험사기죄를 신설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되었음에도 적발 규모는 오히려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감안한다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17년중 보험사기 추정 금액이 6.2조원에 달한다는 보험연구원 연구 결과가 있다. 국민 일인당 연간 12만원의 보험료가 엉뚱한 곳으로 새어 나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관계당국과 보험회사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보험사기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보험사기는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아 국민들이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사고를 허위로 꾸미는 경성보험사기와 달리 보험금 청구시 손실을 과장하는 연성보험사기에 대해서는 범죄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실제 보험연구원의 ‘2017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벼운 교통사고 이후 불필요하게 병원에 입원하는 연성보험사기를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2%에 지나지 않았다. 평범한 보험가입자라 하더라도 ‘생활이 어려운데 보험금 좀 많이 받는 것이 큰 잘못은 아니겠지’라는 식으로 생각해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보험사기는 일반범죄보다 보다 계획적이고, 은밀하게 진행되어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최근에는 보험설계사, 의료기관, 자동차 정비업체 등 전문 지식을 갖춘 업계 종사자들이 보험사기에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경우가 늘어나 적발이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지난해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보험모집·병원·정비업소 종사자는 3,636명에 달하고, 매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보험사기가 극성을 부릴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간다. 보험사기로 인해 보험금이 누수되면 그만큼 보험회사 손실이 늘어나고, 이는 보험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금전적 피해만 주는 것이 아니다.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심사가 한층 더 까다로워져, 보험가입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보험금을 꼭 필요로 할 때 신속하게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험사기가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인 이유이다.

 따라서, 관계당국과 보험회사는 관련 제도 개선과 단속 강화를 통해 보험사기를 근절하는데 최대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보험가입자의 보다 많은 관심도 중요하다. 보험사기가 내 보험료와 보험금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미친다는 생각으로 감시의 눈초리를 강화해야 한다. 주변에서 허위 입원, 교통사고 조작 등과 같이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례를 본다면 망설이지 말고 금융감독원과 각 보험회사에 마련된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제보해 주시기를 바란다. 실제 적발로 연결된 우수 제보에 대해서는 신고 포상금도 지급된다.

 경제학에 인간 심리를 접목하여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에서는 ‘프레이밍 효과’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같은 현상이라 할지라도 어떠한 사고의 틀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행동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험사기는 일견 사기범이 보험회사로부터 부당하게 돈을 빼먹는 범죄, 즉 보험회사와 사기범 사이의 문제로 국한해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사기범이 보험가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 즉 독자 여러분과 사기범 사이의 직접적인 문제로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관계당국과 보험가입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통해 ‘보험사기는 반드시 걸린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고히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김용실<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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