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주의 사회를 위한 시민교육이 있어야
다원주의 사회를 위한 시민교육이 있어야
  • 김우영
  • 승인 2019.05.23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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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역사에서 16-17세기 동안, 86년간 지속한 구교와 신교, 신교들 사이의 종교 전쟁은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지는 사람들 사이의 대립이 얼마나 첨예하고 치열한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이다. 당시 사람들은 서로 신앙이 다른 시민 사이의 협동 가능성을 전혀 기대하지 않고, 서로 배척하는 상태에서 전쟁으로 치달았고, 당시 인구의 1/4이 사망하고 유럽 전체가 피폐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파국의 원인은 그들이 신앙하는 기독교적 선(가치)만이 유일한 선이라는 일원주의적 신념을 고집하는데 있다. 일원주의적인 고전적 기독교 전통의 토양에서는 다원주의적 가치에 대한 신념이 뿌리내리기가 불가능하였다. 다원주의 가능성은 종교개혁에서 시작된 고전적인 기독교 전통의 신념들에 대한 근본적 변화와 종교전쟁에서 경험한 비참한 파국을 피하고자,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타협한 종교적 관용체제가 확립됨으로써 열리기 시작했다.

  자유주의의 역사적 근원은 유럽 사회의 종교개혁, 종교전쟁으로 결과한 종교적 관용 체제의 성립에 있다. 자유주의는 종교적 관용체제를 정치, 사회적으로 수용하고, 확산시키고자 하는 과정에 등장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는 두 가지 근본 원리에 기초해 있다. 즉 다원주의 원리와 관용의 원리이다. 다원주의는 서로 다른 가치관이 단지 존재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상이한 가치관, 이상들을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치, 이상에 대한 관용이 요구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의 가치, 삶의 양식이 강요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이러한 두 가지 원리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들과 삶의 양식의 다원성은 한편으로 사회 내 대립과 갈등, 분쟁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자유민주적 가치를 지지하는 우리 사회는 전통사회에서 급격하게 다원주의 사회로 나가고, 도시 농촌을 가리지 않고 국내외 이주민의 유입으로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개인간 가치의 다원성, 세대간, 선주민과 이주민간 문화의 차이는 쉽게 부딪히는 현상이다.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가치, 문화의 차이가 갈등, 대립, 분쟁의 원인이 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가치, 문화에 대한 개인의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서로 배타적 상태에서 병존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이는 어느 정도 감정적 긴장 상태를 요구하며, 언제든 갈등이 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타적인 가치, 삶의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가치, 삶의 양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관용적 생활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좋은 사회는 물론 서로 다른 가치와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개인의 자율성과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가치와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시민적 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좋은 사회의 조건으로 유덕한 시민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제도이지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시민들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민주주의적 덕성을 함양하는 시민교육이 바로서야, 다원주의 사회가 상호 관계적 협동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최근 교육영역에서 시민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고,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교육부는 늦은 감이 있지만, 학교현장에서의 시민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 먼저 4년 기간의 교원양성대학 시민교육 역량강화사업을 시작하였다. 사업공모에서 경쟁을 뚫고 전북지역에서 전주교육대학교와 원광대학교 사범대학이 선정되었다. 원광대학교는 연구중심대학으로 함께 선정되었다. 매년 1-2억을 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 사업에 지원받는다. 전북교육이 시민교육을 선도하는 것 같아 매우 축하하고 싶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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