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입양된 여성, 47년 만에 그리운 가족과 상봉
프랑스로 입양된 여성, 47년 만에 그리운 가족과 상봉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9.05.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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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주시 전북지방경찰청에서 6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제시카 브룬 씨가 헤어진 가족을 찾아 상봉한 가운데 고모와 고모부를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22일 전주시 전북지방경찰청에서 6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제시카 브룬 씨가 헤어진 가족을 찾아 상봉한 가운데 고모와 고모부를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6살 때 프랑스로 입양됐던 한 아이가 40여년 뒤 중년의 여성이 돼 가족들의 품에 다시 안겼다.

 주인공은 제시카 브룬(한국명 박난아·47)씨.

 그녀는 지난 1972년 2월 18일 전주에서 태어났다.

 그녀를 난 어머니는 출산 후 건강이 악화돼 젖도 떼지 못한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아내 없이 홀로 아이 5명을 키워야 했던 아버지는 결국 막내딸을 입양 보내기로 했고 제시카씨를 익산에 있던 영아원에 보냈다.

 그렇게 영아원에서 6년이란 시간을 보냈던 제시카 씨는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의 한 가정으로 보내졌다. 양부모는 친아들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정성으로 그녀를 보살폈다.

 이후 제시카씨는 12살 때 양부모님을 따라 스페인 테네리페(Tenerife) 지역으로 이사했고 해양 공학을 전공하면서 현지 한 해운사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5년부터는 해양엔지니어로 노르웨이에 있는 한국 조선사에서 검사관으로 일했다.

 순탄했던 제시카씨의 삶에 또 한번의 큰 슬픔이 엄습했다.

 지난 2013년 4월 교통사고로 양부모를 모두 잃게 된 그녀는 두 번이나 부모를 잃었다는 슬픔으로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모국과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도 이 무렵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디선가 아버지가 살아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었고 지난 2월 21일 전북경찰청을 찾아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한 기자회견을 열어 친아버지에게 ‘그립다’는 내용의 영상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버린 세월의 거리가 만만치 않아 친아버지를 찾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그녀가 맡겨졌던 영아원과 병원 등에 남아있는 기록 조차 희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북경찰청 김형민 민원실장은 제시카씨의 어머니가 예수병원에서 사망했다는 단서를 토대로 가족 찾기에 나섰고, 친모의 이름과 주소를 파악했다.

 이후 관할 주민센터를 수차례 방문해 제적등본을 열람한 결과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고모와 고모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이들의 극적인 상봉을 이끌었다.

 이 같은 노력에 제시카 브룬씨는 22일 전북경찰청 로비에서 그리웠던 고모와 고모부를 만났다.

 47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을 만난 제시카씨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고모와 고모부는 제시카씨의 손을 잡고 “반갑다. (아버지랑) 똑 닮았다”면서 ”오빠가 살아계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그녀를 다독였다.

 제시카 브룬씨는 “이전에도 아버지를 찾으려 수차례 시도를 해봤지만 결과는 없었다. 주변에선 ‘포기하는게 어떠냐?’라는 말도 들었었다”면서 “전북경찰청 민원실 직원들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됐다. 다시 한번 김형민 민원실장 등 전북경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시카씨는 “앞으로 가족들에 대해 더 알고 싶고, 특히 언니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서 “생전에 아빠가 어떤 모습이셨는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등 가족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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