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기록, 사회복지현장에서 만난 ‘가족사진이야기’
10년간의 기록, 사회복지현장에서 만난 ‘가족사진이야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5.22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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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사명은 가족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보다 한 가족,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모시는 일이었다”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날, 옷장에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고, 얼굴과 머리도 말끔하게 손질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설레는 순간이지 않을까?

 지금에야 핸드폰이나 소형 카메라로 어렵지 않게 가족사진을 남기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친뒤 온 가족이 사진관으로 향하는 것이 진풍경이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이마저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동권이 어려운 이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오지 마을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는 말이다. 작은방에 걸어둘 가족 사진 한 장을 촬영하는 것이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를 일이었던 것이다.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관장 정호영)이 지난 2009년부터 이동권과 문화적 혜택 등으로 인해 가족사진 촬영 기회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가정을 위해 ‘찾아가는 이동스튜디오’를 기획하고, 10여 년이 넘도록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가족사진 한장 찍어 집에 걸어 두는 일, 그 기분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던 까닭이다.

이 기간 동안 촬영팀은 1,179 가정을 만나고 가족사진을 촬영하면서 함께 울고 웃었다. 그렇게 즐기며 겪었던 에피소드,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 등을 모아 펴낸 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2009_2018 사회복지현장에서 만난 ‘가족사진이야기(수필과비평사·1만원)’는 아카이브(archive)로써 기록적 가치도 훌륭하지만, 뷰파인더 뒤에서 정성으로 상대방과 소통하고자 땀을 흘린 사회복지사들의 눈물이 전해져 더욱 따뜻하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오준규 사회복지사는 매년 3개월간 주말을 이용해 ‘찾아가는 이동스튜디오’를 운영한 산증인이다.

 촬영팀이 작은 승합차에 촬영 장비를 한가득 싣고 달려가 촬영장비 세팅을 마치면, 낡은 집이 마을 어귀가, 좁을 골목길이, 복지관이, 버스터미널이 훌륭한 사진관이 되었다.

 초창기에는 포털 모금사업을 시작으로 ‘찾아가는 이동스튜디오’ 운영을 시작했고, 이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전북은행의 지원을 받으며 가족사진 촬영을 꾸준히 이어가 희망을 선물했다.  

 책에 실린 대부분의 사진들은 촬영 당시의 원본이다. 스냅사진 몇 컷과 최종적으로 가족들에게 제공된 이미지와는 다른 사진이다. NG컷에는 진심이 보인다. 평범한 우리 이웃의 눈동자가 반짝 빛난 순간이 바로 그 때였다.

 책을 엮은 오준규 사회복자사는 “멋지고 화려한 스튜디오 촬영은 아니지만, 복지관과 집 앞마당에서 가족의 의미를 담았다”면서 “함께 한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라북도 12개 장애인복지관과 지역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면서 가족사진 사진작업을 함께 한 많은 사회복지사들, 오랜 시간 리터칭을 맡아준 정순교 작가와 안유순 작가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정호영 관장은 “사회복지현장에서 만난 가족사진 이야기는 아름답고 그리운 정을 만드는 세밀한 작업이다. 관계를 맺어감에 깊은 배려가 있고 사랑이 있다. 훈훈한 가족 같은 정이 있기도 하고, 가슴 뭉클한 교훈적인 삶이 녹아나기도 한다”며 “함께 사진 찍을 정다운 사람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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