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정 인터뷰어를 위한 변명
송현정 인터뷰어를 위한 변명
  • 송산 송일섭
  • 승인 2019.05.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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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담’, 대담은 송현정 인터뷰가 진행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이하여 KBS에서는 ‘대통령 대담’ 방송을 하였다. 이날 대담은 송현정 인터뷰가 진행했는데, 그 대담 뒤끝이 사뭇 요란하다. 대통령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고 중간에서 끊었던 일과 ‘독재자’ 발언이 기폭제가 되어 큰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모 광역단체장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대한민국 대통령을 존중합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정부 출범 2년차에 국민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군부독재 시절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워 온 분에게 ’독재자‘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터뷰어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본다.

 ”제1야당은 “청와대가 주도해서 여당이 끌어가는 것으로 해서 야당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야당 또는 일부에서는)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인터뷰어를 비난하는 말들이 마구 쏟아졌다. 정치대담을 하는 인터뷰어의 역할과 본질에서 본다면, 사실은 전혀 비판거리가 될 수 없다. 미국의 폭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언론’이라고 추켜세우는 방송사다. 그런데도 지난 해 이 방송의 앵커 크리스 월러스가 진행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담’은 가혹하리만큼 날선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누구도 인터뷰어를 비판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달랐다.

 대담방송이 끝나자마자 인터뷰어를 비판하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필자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룹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과잉보호가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대통령을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시중에는 다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반대쪽에서 이런 이야기를 함으로써 내부 분열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무리 정략적인 정치판이라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할까하는 생각을 하지만, 일견 그럴듯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노림수를 가지고 이슈를 만들어 내는 정치판의 꼼수가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여전히 진실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이 논란과 관련하여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독재자’ 발언은 인터뷰어의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제1야당에서 자주 쓰는 말로 언론에서도 논쟁중인 말이다. 필자가 그 발언을 인용하면서 ( )에 명기한 것처럼 주체가 생략된 전언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인터뷰어의 개인적인 생각인 양 몰아붙이는 방식은 본말이 전도된 잘못된 언술이다. 그러나 인터뷰어의 개인과 가족은 물론이고 사촌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등 바로 신상털기로 이어졌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천박한 끼리끼리의 맹목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야당 혹은 시중에 나온 말을 전달하면서 대통령이 자신의 소회나 구상을 풀어놓게 하는 것은 인터뷰어로서, 진행자로서의 의무이고 권리다. 촛불민심 이후 우리 사회는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면서 소통하고 공유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 대통령과의 대담 또한 예외는 아니다. 예전처럼 정해진 각본대로 매끄럽게 진행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필자는 이번 ‘KBS 대통령과의 대담’을 보면서 종래의 KBS답지 않은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독재정치는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이미 여러 번 경험한 바다. 이승만 독재에 항거한 4.19혁명, 유신 반대 투쟁,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독재에 대한 국민적 저항 아니었던가. 그 시절 우리는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정적에 대한 체포, 구금, 고문, 죽음 등을 무시로 보아야 했다. 촛불민심으로 태동한 정부에게 ‘독재자’라는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또한 혐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막말이다. 어느 순간 비트겐슈탄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이다”라고 하였는데, 필자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진다. 곧 “세계의 한계가 언어의 한계이다”라고.

 우리는 곧잘 본질을 버리고 곁가지에 매달려서 싸움을 할 때가 있다. 이번 ’KBS 대통령 대담‘은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대통령의 소회와 앞으로의 정국 운영 구상과 비전을 확인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소홀히 하고, 곁가지에 불과한 인터뷰어의 태도를 따지는 해괴한 논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행위는 자칫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비춰져서 국민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우리는 ‘문제가 되지 않은 상황’을 ‘문제로 생각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송산 송일섭(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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