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우거진 문화의 계절 5월
신록이 우거진 문화의 계절 5월
  • 송재영
  • 승인 2019.05.15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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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내 얼어붙은 땅에 새싹이 돋아나고 봄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온 세상이 푸른 빛에 묻혀버린 신록의 계절이 되었다. 초록잎 우거진 숲속을 걷노라면 나무향기 싱그러운 산들바람 따라 한옥마을 어디선가 들려오는 판소리 선율을 음미해 볼 수 있는 것도 이 계절에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이다. 엊그제만 해도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를 들어낸 겨울숲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을 원망하였다. 그러던 것이 황량했던 땅에 새싹이 돋고 왕성한 신록과 향기로운 꽃으로 세상이 뒤덮였다. 어느덧 사람들은 희망을 노래하고 세상은 새로운 활기에 차 있다. 그러고 보면 세상사란 것이 변덕스럽기 그지 없는가 보다.

 낙엽이 지고 새로운 생명이 솟아나는 소멸과 생성의 끝없는 순환이야말로 우주 만물의 존재와 운행의 원리를 설명하는 핵심어가 아닌가 싶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소멸을 전제로 하지 않는 생성이 없고, 생성에서 비롯되지 않은 소멸도 없다. 생성과 소멸, 소멸과 생성으로 반복되는 무한한 사이클은 어찌보면 신이 인간과 자연에게 내린 은총이요 생존에 필요한 조화이다. 새로운 생명이 계속 생겨나고 그 어느 것도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한도 초과로 머지않아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우리 인류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생성과 소멸의 절묘한 균형이야말로 지구의 생명체들이 서로 질서를 유지하며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요소였다. 혹독한 자연재해와 기근 그리고 질병, 심지어는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수많은 전쟁을 통하여 동식물의 적절한 개체의 수가 통제되고 조화를 이루어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근래에 이르러 현대의 과학문명이 급격히 발전하였다. 그로 인하여 인간의 생명이 연장되고 질병이 극복되며 문명의 이기가 발달하여 인류는 과거에 누리지 못한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지구환경이 급속하게 파괴되고 보니 이상기후와 지구 온난화에 기인한 유례가 없는 혹독한 자연재해와 새로운 질병이 출현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시도가 결국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무서운 자연재앙을 가져올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생성과 소멸의 원리는 지구와 인류의 역사이었으며 앞으로 예견되는 우리 인류의 미래이기도 하다. 인간의 과학문명이 아무리 발전을 해도 이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예로부터 진시황 같은 절대권력자들은 영원히 죽지 않고 늙지 않는 명약을 구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해 보았으나 그들 역시 결국은 우주의 섭리를 거스르지 못하고 소멸의 세계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는 것일까? 위대했던 선각자들이 인간의 삶과 죽음, 불안, 고뇌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자제시했던 깨달음의 교리 그리고 인간을 죽음으로부터 구원해 줄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영원하지 않을까? 거창하게 종교를 논하지 않더라도 시대를 초월하여 그 숭고한 가치가 인정되는 위대한 고전문학작품들, 바흐와 헨델로부터 시작하여 모차르트, 베토벤 등 위대한 음악가들이 우리 인류에게 숭고한 감동을 주었던 클래식 음악들, 그 외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겼던 수많은 무형의 문화유산들은 앞으로도 소멸하지 않고 영원히 우리 인류와 함께 살아남을 것이다.

 지구 위의 어느 나라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음악형식과 깊은 예술성으로 인간사 희로애락을 감동적으로 노래하고 있는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의 전통음악도 우리 인류가 존재하는 한 시대를 초월하여 보존되고 계승되어 영원하지 않을까? 영원히 존재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하기에 유네스코에서 우리 인류가 영원히 지키고 보존해야 할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판소리가 특별히 소중하고 귀중한 것 아닐까?

 새로운 생명이 태동하고 신록이 우거진 문화의 계절 5월에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위대함과 그 무한한 생명력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송재영<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약력 ▲전주대사습놀이 장원 대통령상 수상 ▲전북도립창극단장·국악원 판소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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