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숲을 헤매다 발견한 존재와 시간, 김인태 첫 시집 상재
시의 숲을 헤매다 발견한 존재와 시간, 김인태 첫 시집 상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5.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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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면 출근하기 바쁘고, 저녁에는 한 잔 술로 하루를 달래야만 살아있음을 겨우 인식하게 되는 현대인들에게 쉼이란 사치다. 혹시라도 꼭꼭 숨겨진 그 마음이 들킬까봐, 꽁꽁 싸매고 닫아버린 가슴이 차갑게 식었을 무렵 그의 시가 왔다.

 김인태 정읍시 부시장이 첫 번째 시집 ‘숲이 있어 길도 있다(바람꽃·9,000원)’을 세상에 내놓았다.

 시에 관한 한 누구보다 순수한 열정을 토해내며, 맑게 갠 푸른 하늘과 같은 모습으로 그가 흠모한 어느 시인처럼 “다른 것은 다르게 놔두자”고 노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시집의 시편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의 순환 순서에 따라 갈래를 타 담아내고 있다. 수록된 시는 총 77편인데, 시인으로의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시들이 더러 보여 흥미롭다.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흙과 먼지, 하늘과 바람, 산과 바다,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에 이르기까지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 그것이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인지, 아니면 그러한 시각을 견지한 덕분에 시를 쓰게 된 것인지, 우선 순위를 알 수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모든 것에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김익두 전북대 교수는 “시인은 천성적으로 참 맑은 영혼을 지녔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인의 맑은 영혼에 빠져든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게 하는 순수한 정화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해설을 붙였다.

 이병천 소설가는 “시집의 제목이 암시하듯 숲이 있어서 비로소 길도 있는 법이다”며 “강이 있어서 다리가 생겨나는 이치인 것처럼 김인태의 시들은 질곡의 현상들을 먼저 읽어낸 다음, 돌연 숲 사이로 감춰져 있던 희미한 길 하나를 찾아내 우리에게 제시해준다”고 추천했다.

 평소 철학 관련 책을 즐겨 읽었던 김 부시장은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를 연구하면서 알게 된 시인 횔더린의 영향을 받아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사상에 뿌리를 두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지방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군산시청 세무과장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전북도청에서 정책기획관과 문화체육관광국장 등을 두루 거쳤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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