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의료일원화는 과연 가능한가?
동상이몽… 의료일원화는 과연 가능한가?
  • 김형준
  • 승인 2019.05.14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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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7일 국회에서는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원회)이 개최한 ‘의료일원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보건복지부와 의협 그리고 한의협 회장이 직접 참석하고 각계전문가가 토론에 참석하는 등 모처럼 의·한·정 당사자가 모두 모인 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토론에서 건설적 결과를 만들지기 보다는 역시 그동안 각자의 불편한 시각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평가이다. 더군다나 토론회 이후 지난 13일 한의협이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으로 X-레이촬영기와 혈액검사기를 한의사도 전격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이에 의협이 이는 명백히 무면허 불법의료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시도하는 한 의료일원화 논의는 불가하고 불법의료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의료일원화는 그동안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인 한의학으로 의료가 이원화되어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한방의 과학화와 현대화를 가로막고,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가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의학교육과, 면허 등을 통합, 일원화하자는 취지에서 그동안 의료계 전체의 화두가 되어왔던 주제이다. 그동안 일원화에 대한 정부당국의 적극적 의지에 따라 논의가 수년 전부터 진행됐고, 2030년까지 의료일원화를 이룬다는 구체적 목표로 보건복지부는 의과, 한의과 및 기타 의료계를 아우르는 ‘의료일원화를 위한 의료발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임을 현재 강력히 천명하고 있다. 이에 표면적으로 의과, 한의과 측 모두 일원화의 필요성에 동의했고,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위원회 구성에도 참여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의료일원화’라 쓰고 한의학계는 현대의학으로의 ‘진료영역 확대’로, 의학계는 ‘한의대 폐지’로, 정부는 ‘한의약의 현대화와 산업화’로 읽는다는 지적처럼 각 당사자가 심각한 동상이몽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특히 앞선 국회 토론회에서 각 측은 서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며 오히려 그 갈등의 골이 깊음을 확인할 뿐이었다. 의학계는 한의학계에 대한 비과학성과 객관화된 임상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한의학의 현대의학으로 흡수를 통해 객관적 증명이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일부 장점만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의학계는 현대의학의 검사 장비와 의학기술의 발전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활용하여 한의학 영역을 넓히는 한편 자신의 정체성과 전통성을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의학계는 의료일원화를 통해 한의학계가 의학계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려고 하다고 의심하고 한의학계는 의학계가 한의학 가치를 폄훼하고 말살하려 한다는 의심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난 수년간 진행된 논의에서도 서로 입장차만 있을 뿐 진전은 없고, 왜 일원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마저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의료일원화’까지 얼마나 험난한 여정일지 예상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전통의학의 뿌리가 비슷한 중국과 일본의 제도를 살펴보면 중국은 일부 예외는 있지만, 의과대학에서 현대의학을 중심으로 교육하며 중의학을 하나의 교과로 배우면서 일부 의사가 나중에 우리나라의 전문의 제도처럼 중의학 전문의로 배출되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메이지유신 이후 전통의학이 폐지되고 현대의학으로 흡수되어 사라졌으나 일부 의사들에게서 도제교육처럼 전통의학을 전수받아 현대의학의 보완대체제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동양국가나 서방의 일부 국가에서도 한의학이 활용되고는 있으나 대부분 제한된 영역에서 보완대체의학으로서 역할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만이 전통의학이 제도권에 편입되어 광범위하게 의학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한때 한의과대학의 입학합격 커트라인이 일반 의과대학을 앞설 정도로 국민들 사이에서 한의학이 인기와 신뢰를 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전 세계 차원에서 진료와 연구가 진행되고 그 성과가 실시간으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의약산업은 각 나라의 증시를 주도할 정도로 21세기 신성장동력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CT·MRI 등 첨단의료기기의 눈부신 발전은 이미 일반 국민들도 피부로 느낄 정도 거대한 산업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한의학이 훌륭한 전통과 독창성을 가졌음에도 국민들의 눈높이를 못 따라온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번 일방적인 X-ray 등 현대의료기기의 사용 선언처럼 상대방의 진료영역을 침범하는 행동은 사실 반대편 의학계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게도 불편한 감정과 유감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원화된 의료가 국민들에게는 불편과 혼란을, 국가적으로는 자원의 낭비를 일으키고 있으며, 나날이 발전해 가는 의료를 따라잡기 위해 하나로 통합된 의료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이원화된 면허를 가진 의료인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영역을 존중해야겠지만, 향후 후학들에게는 의학, 한의학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주고, 한의학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의학의 발전도 함께 하는 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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