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은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더 민감하다
삶의 질은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더 민감하다
  • 채병숙
  • 승인 2019.05.13 1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에 있어서 급성장한 나라로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도달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왔으며, 국민소득이 급격히 증가하고, 경제, 정치, 문화 등의 사회 여러 분야에서 세계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건강에 대한 기대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국내·수입유해물질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은 매일 접하는 유해물질의 위해성으로부터 국가 보호를 충분히 받고 있는가?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의 삶을 파괴함으로써 모든 것을 앗아간다. 따라서 국민의 삶의 질에서 우선으로 건강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에서는 ‘건강권은 정치, 경제, 사회,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인류의 기본적 권리 중의 하나’라고 하였고, 미국의 인간계발계획 보고서(1994)에서도‘경제, 식품, 건강, 환경, 개인, 지역사회, 정치 등 요소 중 건강이 가장 필수적인 인간 위협요소’ 라고 선언하였다. 따라서 건강할 권리는 인간적인 삶을 보장받는 절대적인 요소임을 말하고 있다.

 삶의 질은 물질풍요 속의 행복보다 건강한 삶이 위협받게 되는 것에 대하여 더 민감하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를 지배하는 물질만능주의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 양적 생산성만을 향한 경제성장의 질풍노도와 국제사회의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세계화는 물질풍요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를 받지만 안전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양산하였다. 화려한 밥상에서부터 편리함과 겉치장만을 중시하는 주거환경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으며 안전불감증 마저 점점 확산하고 있다. 이제 건강할 권리는 각 개인책임을 넘어 국가의 역할이 전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의 노출빈도는 질병발생 가능성을 좌우한다. 또한 여러 유해물질들에 의한 노출로 더욱 시너지효과를 낳는다. 그런데 주거, 식품 그리고 생활용품 등으로부터 매일 접하는 유해물질관련 사건들이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공기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의 나쁨 또는 매우 나쁨 수준이라고 하는데 국민건강은 겨우 마스크에 의존한다?‘새 아파트에서 라돈 기준치 이상 검출’ 하고 반짝 호들갑(?) 후전수조사 없이 다시 시들하다? 일본산 방사능 오염 수입품을 제대로 조사하고 안전함에 대한 관리정보를 이해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학교를 비롯한 곳곳에 사용된 석면의 조사와 철거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가? 잠재적 위해성에 대한 정보를 밝혀 철저히 관리되어야 할 문제들은 특별한 조치 없이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물질만능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얼룩진 신화가 매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면 삶의 질은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 하며 국가는 국민건강을 위해 무엇을 우선으로 하여야 하는가?

 최근에 방사능오염 관련 일본수산물 무역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일순간에 몰아내는 국가의 대응에 전 국민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일본의 제소사건에서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8개현 수산물의 수입금지 조치를 한 한국이 타당하다고 판정한 것이다. 국가는 앞으로의 방사선 오염 일본 수산물은 물론 각종 국제무역압력에 대해서도 국민건강을 지켜낼 수 있으리라는 신뢰가 한층 상승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국가의 삶의 질은 기본적 인권이 낳는 국민건강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위에서 언급했던 일본의 제소사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듯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빠른 성장보다는 국민건강보장을 위해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특히 노출빈도가 높은 국내·수입 유해물질들에 대하여 위해성을 평가하고 기준을 강화하며 통제·저감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를 발 빠르게 취해야 한다. 우리는 화려하고 풍요로운 물질환경 속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둘러싸인 이솝우화의 서울쥐보다 조금 덜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보이지 않아도 참된 안전과 건강한 삶을 누리는 시골쥐로 살기를 원하고 있다.

 채병숙<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약력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가 ▲전라북도 화학안전지원단 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