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농업용수 관리체계를 혼란스럽게 하는가?
누구를 위하여 농업용수 관리체계를 혼란스럽게 하는가?
  • 곽현섭
  • 승인 2019.05.13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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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영농을 기원하는 통수식을 신호탄으로 들녘에서는 농업인들의 손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농업인들은 한해 농사일을 앞두고 농업용수가 얼마나 확보되었는가를 제일 먼저 걱정을 한다.

예로부터 농사철에 봄가뭄이 들어 물이 부족하게 되면 그동안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사촌끼리도 심심치 않게 물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그래도 지금은 농업용저수지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관리도 잘 하고 있어서 저수지에 겨울동안 물을 충분히 담수하여 어지간한 가뭄이 와도 농부들이 걱정 없이 농사를 짓고 있다.

최근 인구증가와 환경변화로 인해 물 부족이나 수질오염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어 체계적인 물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물 기근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저수지는 수원이 풍부한 지역에 하천을 막아 용수를 확보하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댐은 벼농사를 위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소류지나 저수지를 건설할 때 취수보(取水洑)나 제방이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흙댐을 축조한 것이 그 기원이다.

현재는 댐의 목적과 기능이 확대되어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생활용수, 공업용수, 발전용수, 하천유지용수, 홍수조절 등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규모의 댐들도 많이 건설되었다.

정부에서는 작년 말부터 환경부 주관으로 댐 정책을 신규 댐 건설에서 기존 댐의 효율적 관리와 안정적 운영으로 개편하기 위해 댐건설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추진 중이라고 한다.

물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여러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댐에 대해 신규로 건설되는 댐뿐만 아니라 기존 댐의 관리까지 댐 관리계획의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환경부장관이 종합적인 관점에서 댐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통일적인 댐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댐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농업용 저수지까지 관리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댐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농업용 저수지의 건설 및 관리에 관해서는 현재 농어촌정비법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농업용수는 타용수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

강수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작물의 품종별 특성이 다르게 용수를 공급하여야 하고, 농업인의 영농방법의 다양화 및 시기별로 용수 사용량 변화가 심하여 시설관리자와 농업인의 직접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또한 한시적으로 집중하여 물이 사용되고 있어 농업용수의 부족을 방지하기 위하여 용수의 재이용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농업용수의 특성을 무시하고 농업용저수지를 물량적으로 통합관리를 한다면 농업인들은 불안해 할 것이다.

또한 심각한 가뭄상황 등 물 부족 상황이 발생할 경우 통합 물관리라는 명목 하에 생·공업용수보다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농업용수 공급은 뒷전이 될 것이 불 보듯 하여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써 저수지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용수는 농업인들에게 풍년농사를 책임지고, 미래의 식량전쟁에 대비한 국민의 주식인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명의 젖줄이다.

다행히 올해는 작년 여름부터 비가 많이 내려 저수량에 여유가 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된 봄 가뭄으로 인해 농업인들은 밤잠을 설치며 저수지의 부족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격일 급수, 양수작업, 하천굴착작업 등을 매년 실시했다.

현재 농업용 저수지는 다목적 댐에 비해 담수량이 적어 농업용수 공급에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댐 관리계획에 농업용저수지가 포함된다면 농업을 위한 용수 공급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농업용저수지의 주인은 농업인이며 수리권도 농업인에게 있다.

농업을 위한 저수지의 물 확보가 안 된다면 농업을 포기해야 한다.

농업인들을 대표하고, 평생을 농업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서 농업용수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오히려 관리체계의 이원화를 초래할 수 있는 댐건설법 개정안은 반드시 다시 검토되길 바란다.

<정읍시 쌀전업농회장 곽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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