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가만히 귀에 손을 대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자 애쓰고 있다.
그 남자는 타오르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연거푸 담배 연기만을 몰아내고 있다.
현대인들이 대인 관계 안에서 때때로 숨길 수 없는 감정들과 마주하는 그 순간, 그 표정을 포착해낸 작가의 재치에 갑자기 뜨끔한 어떠한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이상하게도, 지금 나의 표정을 거울처럼 마주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다.
김원 작가가 gallery숨(대표 정소영)의 기획초대전 ‘PLATFORM-2019’를 통해 전시회를 연다.
13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전시의 주제는 ‘Story that is not hidden’이다.
지난 1년 여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펼쳐보인 신작에서 김 작가는 인물의 표정과 행동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순간순간 나오는 감춰지지 않는 감정들을 드러내고 있다.
김 작가는 그동안 무거운 주제를 위트와 유머로 넘기는 여유있는 작업을 보여줘 왔는데, 역시 부지런하게도 이번 전시에서 주제와 기법, 재료 등에서 새로운 시도로 한국화의 확장을 고민하고, 그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듯 하다.
김 작가는 “듣고 있지만 다른 곳을 보고, 관심이 없는 척하면서 몰래 지켜보는 일상의 모습과 풍경들, 그 순간 제어할 수 없는 표정과 몸짓 등에 주목했다”면서 “그 모습들은 지금 나의 관심사와 이야기들을 나타내주는 하나의 상징처럼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 6회와 다수의 기획·단체전의 경험이 있으며, 광주화루 선정 작가,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선정,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 우수상을 받았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