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답은 속도와 고연령”
“결국 해답은 속도와 고연령”
  • 이춘호
  • 승인 2019.05.0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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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는 봄꽃이 지천이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한 요즘은 본격적인 농사철이다.

 전북지역에서는 4월말 현재 교통사고로 65명이 사망하였다.

 지난 5월 2일에는 김제에서 경운기 교통사고로 노부부가 승용차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아마도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참사를 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며칠 사이에 농기계와 이륜차 희생자가 급증하는 점에 역점을 두고 사고 유형에 대한 시급한 예방 대책이 요구된다.

 대부분 교통사고의 원인을 운전자·환경적·자동차 요인으로 분석하지만, 단연 운전자 요인이 사고의 주범이라 단정할 수 있다. 물론 주변의 모든 도로가 고속도로에 버금가는 도로선형으로 과속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자동차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게 되는데 즉 인지-판단-조작에 걸리는 시간이 1초도 안되는 시간 즉 0.7초 이내에 상황은 종료되므로 운전자는 어찌할 수 없는 불행한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봄철 안전운행의 복병은 단연 졸음운전이다. 봄 가을이 짧고 여름 겨울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기후 전망이 있어 봄이 이미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봄은 봄이라 운전 중에도 춘곤증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춘곤증으로 인한 졸음운전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졸음운전이다. 아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사망사고가 잦다.

 졸음운전 사망률은 음주운전 사망률의 7배로 그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상반기에 일어나는 사망사고의 원인 중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이다.

 특히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30%가 졸음운전이 원인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주행 환경이 매우 단조로워서 졸음운전이 유발되기 쉬운데, 시속 100㎞로 주행하는 자동차는 1초에 약 28m를 달리기에 깜박 조는 것조차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모든 교통사고의 중심에는 속도가 있다. 속도를 줄이면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교통사고 사망률이 확연히 줄어든다. 운전자는 스스로 제한속도를 의식하게 되어 주행속도를 늦추게 된다. 시속 10∼20km의 차이에 불과해 보여도 이것은 보행자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엄청난 차이가 된다.

 결국 정부의 안전속도 5030 정책은 도시부 제한속도를 60→50㎞/h로 낮추고 주택가·보호구역 등 특별 보호가 필요한 지역은 30㎞/h로 지정하는 속도 관리 정책을 말하는데, 정부가 5030 정책에 매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최근 전북지역도 고연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고연령 운전자들은 운동동작의 둔화와 시각, 청각의 기능 저하로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북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25%가량이 고령운전자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같이 끊이지 않는 고령자 교통사고를 두고 사고 예방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운전자를 나이별로 구분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의욕적인 시책으로 고연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75세 이상 ‘고고령’그룹은 중년 그룹에 견줘 내리막길과 야간보행 교통사고에 따른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 23배나 높았으며, 안전벨트 미착용에 따른 부상위험도 1.69배에 달했다.

 일본에서는 각종 인센티브 정책이 자발적인 면허증 반납으로 이어져 이를 발판으로 고령운전자 면허증 반납을 활성화해 교통사고를 미리 방지하자는 의지가 강하다.

 일본에서는 1998년부터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주반납 제도를 운용했지만 참여율이 저조했다. 이에 2008년부터 각 자치단체에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에 대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원하자 상황은 반전됐다.

 먼저 운전면허증이 신분증으로 사용되는 일본의 경우 면허증을 반납한 고령자에게 신분증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운전경력증명서’를 발급 해주고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복지 혜택과 인센티브도 이어졌다. 호텔과 미용실, 콜택시, 동물원, 등 가맹점포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만 70세 이상의 면허증 반납자에겐 실버패스 교통카드를 차등으로 발급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꾸준히 진행하여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면허반납자의 선의와 이타심에 기대지 말고 구체적인 유인책과 보상체계 결합으로 그 결실을 견인해야 한다.

 본격적인 더위의 문턱이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교통안전을 생각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아무리 즐거운 여행도 한 번의 실수로 가정이 파괴되고 평생을 불구의 몸으로 살아야 하는 재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우리나라 교통 정책의 화두인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 라는 마음가짐과 고연령 운전자와 보행자를 먼저 배려하는 행동이 필요한 시기다.

 이춘호<한국교통안전공단 전북본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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