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 박성욱
  • 승인 2019.05.09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1교시

지난 4월 20일은 ‘제 39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학교에서는 해마다 ‘대한민국 1교시 - Happy Together-공감교실’을 시청한다. ‘대한민국 1교시’는 장애이해교육 방송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 올바른 이해와 인식개선 도모를 목적으로 마련되었다고 한다. 2018년에는 전국의 초등학생 245만 명 이상이 시청해 초등학교 장애이해교육의 우수 사례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2019년 올해에도 ‘대한민국 1교시’를 시청했다. 올해에는 생각 많은 둘째 언니 유튜버 장혜영씨 사연이 소개 되었다. 장혜영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한 실 어린 여동생이 있다. 평범한 자매의 일상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고 자기하고 같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찾게 되었다. 장혜영씨 사연과 보조개 사과 예화 등 재미와 감동을 주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소개 되었다.
 

짐이 될 뿐입니다.

‘대한민국 1교시’를 시청하고 소감문을 썼다. 그런데 우리 반 윤서가 쓴 글에 “짐이 될 뿐입니다.”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윤서는 얼마 전 높이 뛰기를 하다가 팔을 다쳤다. 가방을 메고 보조 가방을 들고 ……. 평소 아무렇지 않게 혼자 하던 일들을 누군가에 도움을 받아야 되는 처지가 되었다. 그 마음을 감싸주면서 서로 깊이있는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1주일 동안 마음을 나누었던 것들을 글을 엮어 보았다. 

 

어느 날 갑자기

구이초등학교 4학년 1반 차윤서

 

평소와 똑같이 즐겁게 체육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높이뛰기를 했습니다. 제일 높이 뛰려고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점프를 했습니다. 다행히 바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내려오면서 왼쪽 팔이 먼저 매트에 삐뚤어져 닿았고 몸이 앞으로 밀리면서 떨어졌습니다. 순간 아파서 ‘아!’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팔이 애리고 아팠습니다. 즐겁고 신나는 체육시간은 거기까지 였습니다. 6주 동안 깁스를 해야 했습니다.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가방을 메는 것도 불편하고 거기에 보조 가방이나 다른 것들을 한 손으로 드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옆에서 친구들과 가족들이 도와주지만 내가 짐이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팔을 다쳐보니 장애는 예고 없이 순식간에도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불편함도 알게 되었습니다. 팔을 다치니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도 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한 손으로도 칠 수 있었지만, 재미가 없었습니다. 무거운 깁스를 걸고 있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교실에서“대한민국 1교시 해피투게더 공감교실”을 보았습니다. 해마다 “대한민국 1교시” 프로그램을 보는 데 깊이 감동을 했고 장애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한 살 어린 여동생과 함께 사는 유튜버 장혜영씨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장혜영씨는 평범한 자매의 일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린다고 합니다. 자기하고 같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생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배려의 마음으로 필요해서 도와준다고 합니다. 우리는 다 다르지만, 똑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 선생님, 가족들이 깁스에 써놓은 응원 메시지를 보았습니다.

“빨리 나아서 우리와 놀자!”

“넌 최고잖아! 빨리 나아서 공부 좀 가르쳐줘.”

“윤서야! 앞으로도 건강하고 똑똑하 고 착하고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렴.”

 …….

큰 글씨, 작은 글씨, 검정 글씨, 파란 글씨 등 깁스에 응원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친구들, 선생님, 가족들의 따뜻한 한 마디, 배려해주는 행동에 많은 기쁨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난 지금 희망이 생겼습니다. 팔이 다 나으면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친구들과 웃으면서 신나게 함께 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마음에 기쁨, 고마움, 희망을 가득 담아서 칠 것입니다. 내 팔이 나으면 나도 받은 사랑을 몇 배로 돌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가을 수확철에 보기 좋게 잘 익은 사과에 우박이 떨어지면서 농부들은 사과를 팔지 못하게 돼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과수원에 한 사람이 상처가 난 사과에 ‘보조개 사과’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합니다. 우박 때문에 움푹 팬 상처가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랑 비슷하게 생겨서입니다. 하늘이 내려준 ‘보조개 사과’를 먹으면 크게 웃을 수 있는 즐거운 일이 생긴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조개 사과를 사주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각각 다른 단점과 장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누구에게 소중한 보물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 주휘와 현호 오빠는 생각 주머니가 작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난감을 혼자 가지고 놀지 않고 함께 놉니다. 최신판 베이블레이드 팽이가 있는데 친구들도 잘 빌려줍니다. 우리 학교 자율동아리에는 팽이부도 있습니다. 여러 친구가 함께 팽이판을 가운데 놓고 불꽃 튀는 시합을 합니다. 처음에는 생각 주머니가 작은 주휘와 현호 오빠가 만든다고 해서 팽이부가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강토, 정우, 지원이, 찬영이 등이 가입해서 10명 정도 됩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지 복도를 지나 다른 교실까지 소리가 들립니다. 주휘와 현호 오빠는 재미있게 노는 친구가 필요했고 여러 아이들이 친구가 되어주어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필요를 채워지면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얼굴에 보조개가 있답니다. 사람들이 다들 예쁘다고 합니다. 제 팔이 다 나으면 좀 더 활짝핀 보조개 웃음으로 고마운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같이 행복해 지고 싶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팔이 다쳤지만 평범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고마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