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박사 “미생물 통해 인류건강에 도움”
김준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박사 “미생물 통해 인류건강에 도움”
  • 이방희 기자
  • 승인 2019.05.08 17: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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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출신으로 기초과학의 초석을 다지며 바이오 강국을 선도하는 글로벌리더를 향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감염병연구센터 김준섭 박사를 만나 추진하고 있는 연구를 들어 보았다.
 

 - 하시는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초·중학교를 김제에서, 고등학교를 전주에서 보내고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위를 마쳤으며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UIUC)와 펜실베니아 주립대(PSU)를 거쳐 2017년 말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박테리아(세균)가 항생제와 같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하며 ‘이겨내는 지’에 대한 분야와 어떻게 하면 세균을 ‘잘 죽일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자연계에서 미생물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다른 미생물을 죽이는 용도로 만드는 것을 인류가 의학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진화적으로 세균은 항생제에 대한 여러 가지 저항능력(tolerance)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슈퍼박테리아 증가 역시 항생제의 오남용에 의해 항생제에 대한 내성(resistance)을 지니고 있는 세균들이 ‘우점(優占)’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세균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항생제에 대한 저항능력(내성과는 다름), 그중에서도 존속(存續)성이라고 불리우는 persistence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며 이를 조절하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세균 감염성 만성질환을 앓았고 오랜 기간 고생을 하였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이것이 병원성 세균(Streptococcus pyogenes) 감염에 의해 시작되는 질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러한 병원균들 중 만성질환을 나타내는 균들은 감염되었을 시 항생제를 처리하더라도 일부가 살아남았다가 항생제 투여가 끝나면 다시 재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석사학위 중에는 단백질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저널에 나온 논문을 읽게 되었는데, 세균이 항생제에 의해 죽는 기작을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낸 논문이었습니다. 이때 세균 감염성 만성 질환의 원인인 존속성이 이 논문에서 나온 세균이 죽는 기작을 피해감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연구를 통하여 세균 감염성 만성질환에 의해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여 시작했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진행중인 연구는 기존의 연구 현황과 어떤점이 다른가요?

 ▲기본적으로 세균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신규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항생제를 개발(신약개발)한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인력과 자본,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며 90년대 이후 새로운 타깃을 갖는 신규 항생제의 개발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서 말한바와 같이 세균은 선천적으로 항생제에 대한 여러 가지 저항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신규 항생제를 개발하더라도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힘들게 개발한 약이 몇 년 후면 내성이 생겨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은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신규 항생제 개발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문제가 커짐에 따라 이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에 세계 주요국가에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신규 항생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신규 항생제의 개발도 필수적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규 항생제의 개발에는 세균들의 신규 항생제 내성 획득이 필연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세균의 선천적인 항생제 저항능력과 항생제 내성 획득 기작 등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제어 기술을 개발하여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완전히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최종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전통적인 항생제 개발 연구와는 다소 그 궤(軌)를 달리합니다.
 

 - 이 연구의 실용화를 위한 과제와 어떠한 분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생각보다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해에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망자수는 전 세계에 7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만 한해에 2만3천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3만3천 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은 미국에서만 200억 달러, 유럽에서만 15억 유로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대표 슈퍼박테리아 6종에 대한 감염자 9,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사망자가 3,600여 명으로 사망률이 40%에 다다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이 증가한다면 2050년경에는 한해 사망자가 1,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위협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개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병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로는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으로 인한 폐해는 점점 더 커질 뿐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항생제 사용과 더불어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의 동시 사용은 필수적이 될 것이며, 최근 내성균 출현방지 기술에 대한 연구가 여러 선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국내에서도 내성균 출현 방지 기술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인력,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향후 추진하고 싶은 연구나 이루고 싶은 목표는 어떤 것이 있으신지요?

 ▲유사이전(有史以前)부터 인류는 거대 맹수들과의 싸움과 더불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병원성 미생물(微生物)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성장해 왔습니다. 또한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미생물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발효 식품 등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미생물은 인류와 적이기도 하지만 같이 가는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미생물들을 더 잘 이해여 병으로부터는 우리 몸을 지키고 반대로 이들을 이용하여 인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 후배 연구자들 및 신진연구자를 위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다른 연구자들에게 존경을 담아 보냅니다. 저 역시 신진연구자의 입장이고 많은 선배 연구자분들의 한마디를 듣고 성장해나가야 하는 입장이기에 다들 힘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 자리에 도달하실, 연구실에서 열정을 불태우시는 후배 연구자들에게는 응원을 보냅니다. 대학을 다닐 때 ‘유학(儒學)’이 필수교양과목이라 어쩔 수 없이 수업에 참석했지만 첫 시간부터 저의 마음을 울린 구절이 있었습니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입니다.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뜻으로 배웠습니다. 비슷하게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학업을 하면서 정말 앞이 안보일 때가 많았고 그만두고 싶었을 때도 많았습니다. 이때 마다 저를 잡아주었던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재미있고 즐겁다라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후배 연구자들도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게 연구를 하시길 부탁합니다.

 이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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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헌 2019-05-09 22:27:54
김박사! 축하!
연구를 통해 생명공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기를 기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