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 줄기세포 치료
  • 최정호
  • 승인 2019.05.0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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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보이거나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늘 인구에 회자하거나 널리 유포되는 뉴스를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는 ‘모방’을 통하여 학습을 시작하고, 인과율로 판단하는 인간 사고의 습성에 기인할 것이다. 요즈음 코오롱 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가 SNS와 뉴스에 보이는 것은 이러한 습성에 편승한 범죄이다. 이 정도의 거대 기업 범죄가 비교적 조용한 이유는 아마도 식약처와 그 밖에 관련 국가 기관 및 이 사건의 수익자들이 기업과 공조하여 뉴스 메이커들을 여러가지 수단으로 제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의학이 봉사하는 인간세계는 질병을 치유 받고자 하는 환자의 고통과 거대 제약회사, 병원, 의사, 약사, 등등, 여러 치료자들의 이익을 위한 속임수가 쌍곡선을 그리는 탐욕의 묵시록이다. 아름답게 보이는 평온한 자연도 알고 보면 온갖 생명체들의 생존을 위한 유혈이 낭자한 전쟁터인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도덕경에서도 천지는 불인(天地不仁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以百姓爲芻狗)하다 하지 않았는가?

 원시시대부터 어떤 공동체에도 치료자가 존재했다. 미개한 시기에는 그 치료자는 주술사였고, 중세에는 사제가 그 역할을 했다. 계몽의 시대를 지나면서 주술과 종교의 환영에서 깨어나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은 아직 질병의 원인을 잘 알지 못했고, 치료자들은 갖가지 효험이 있는 치료법을 제시해 왔다. 질병을 죄악에 대한 벌의 일종으로 여기는 것은 질병의 원인에 대한 무지의 지인 셈이다. 또한, 동종요법도 같은 것이 같은 것을 치료해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충분히 가능한 연상 가설이다. 사람들은 질병과 세계에 대한 알려진 지식의 한계 내에서 새롭고 안전한 치료법을 상상한다. 수술할 수 있어진 20세기 초에는 원숭이의 고환을 이식받아 젊어지고 정력을 얻게 된다는 수술이 유행하여 수많은 권력자와 부자들이 이 시술을 받았다. Dr.Surge Voronoff는 러시아 사람으로서 프랑스로 건너와 이 시술법으로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물론 현재의 이식면역학적 지식으로 견주어 볼 때 그 치료 효과는 심히 의심스럽다. 원숭이의 고환에서 호르몬이 분비되어 젊음을 회복시켜줄 것이란 가설은 이식과 면역에 대한 지식의 결여로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 15년간 관절통증 개선을 위해 고가(500반원-700만원)로 판매되던 <인보사>라는 세포치료제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종양유발세포로 알려졌음)라는 사실이 미국 식약청에 의해 발각된 것이다.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태아 신장세포(HEK)는 종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환자에게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물론 코오롱은 방사선 조사를 통하여 종양유발 가능성을 없앴다고 주장하지만, 세포의 유전자를 방사선으로 사멸시켰다면 그게 무슨 세포치료제인가? 코오롱이라는 회사는 속임수를 써서라도 이익을 남기기를 꺼리지 않는 대부분 기업과 다를 바 없다고 쳐도, 이러한 속임수를 적발하라고 국민이 고용한 식약처는 그들과 공모했다고 추측이 되는바 장기간의 이익 공유체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하겠는가? 사실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한국에서 허가되었다는 당시의 뉴스를 접하고, 나는 심한 자괴감과 수치심을 경험한 바 있다. 달에도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안드로메다은하에 다녀왔다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승인한 속임수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가 곤란하므로 결국 이 사건의 피해자는 국가를 상대로 배상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는 물건을 팔기 위해 원천세포를 속여 허가를 요청한 벌을 받겠지만 국가는 이 치료제의 효능을 보장해주었기 때문에 더 많은 귀책사유가 있다. 이 치료제를 권유한 병원이나 의사에게도 의학적 도의적 책임이 작지 않다. 이 사태는 지난 15년 동안 식약처와 코오롱의 사건 관계 임직원들 중양심적인 자연인이 단 한 명도 존재한 적이 없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와 사법부의 판결은 비슷한 범죄를 범할 자들에게 용기를 줄 것인가를 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러한 비윤리적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불법적 이익에 대한 면죄부가 아닌가? 불의가 넘치는 헬조선의 탄생비화가 아닌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불법과 탈법도 이익을 위해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들킨 죄를 응징하지 않는다면 문명은 붕괴할 것이다. 국가라는 리바이어던(괴물)이 국민의 안위를 도외시하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란 자연의 본래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다.

 최정호<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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