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여야 냉정 되찾고 협상 나서야
패스트트랙, 여야 냉정 되찾고 협상 나서야
  • 신영규
  • 승인 2019.05.08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개혁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지만 그 여정은 가시밭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촛불혁명 시민의 요청이 법제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반기고, 한국당은 “좌파독재가 시작됐고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장외집회에 돌입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지정은 어디까지나 입법을 위한 절차다. 미흡한 부분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와 협상으로 얼마든 조정이 가능하다.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립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금배지 뽑는 룰 싸움이다.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자리는 253개, 비례대표는 47개다. 개혁안은 지역구를 225개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개로 늘리자는 것이다. 선거연령은 만 18세로 하향 조정됐다. 각 당이 대립하는 핵심은 이게 전부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구조로 표의 비등가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만 봐도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얼마나 민심을 왜곡하는지 알 수 있다. 가령 20대 총선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은 25.5%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실제 의석은 41.0%를 차지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이 되고, 1등에게 간 표가 아니면 모두 사표(死票)가 되는 구조다. 거대 양당의 국회 내 목소리는 실제 받은 표보다 더 크게 반영된 반면 적지 않은 유권자의 표는 대표를 내지 못해 휴지통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런 비민주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각 정당이 득표한 만큼 의석을 배분받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 등 선거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국민들에게 설명이 없고, 그 계산법이 복잡하여 의원들조차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 다만 의석수 감축이 제일 많은 호남 지역 의원들의 고심은 깊어질 것이다. 당장 호남 28석 중 25%인 8석을 조정해야 하고 전북은 10석 중 2석, 많게는 3석이 줄어들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 대표성이 약화되어 전북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여야 4당이 내놓은 공수처 법안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공수처는 당초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여당 의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그런데 알맹이에 해당하는 대통령 친인척과 국회의원이 기소 대상에서 빠지면서 앙꼬 없는 찐빵이 돼버렸다. 여야 4당이 각자 입맛에 맞게 타협을 하면서 누더기가 돼버린 것이다. 더구나 판검사와 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된 경우에만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키로 했다는 점에서 공수처는 판검사 때려잡는 곳이라는 데에 국민들의 비난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반드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수처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이어야 한다. 공수처장이 누군가로부터 임명을 받게 되면 수사에 있어 공정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공수처장을 총선에 묶어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검찰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건 많은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보면 경찰에 수사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 검찰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 이 같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검찰 간부들도 잇따라 비판 의견을 냈다.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은 검·경의 조직 밥그릇 싸움이 아닌 국민의 자유·권리·인권이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조정해 나가야 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집단 삭발과 함께 장외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극단적인 투쟁은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자신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패스트트랙을 폭력으로 막으려다 실패하자 적반하장으로 ‘의회 쿠데타’ 운운하며 국회를 내팽개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자유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일 새벽 3시 현재 동의자가 178만명을 넘어선 데서 확인되는 민심의 분노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게임의 룰인 선거법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정치 도의다. 여야가 냉정을 되찾고 한발씩 양보하여 대치국면을 타개할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신영규 전북문단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