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없다
동학혁명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없다
  • 김종회
  • 승인 2019.05.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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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국안민(輔國安民), 제폭구민(除暴救民), 척양척왜(斥洋斥倭)를 기치로 동학농민혁명(1894년)이 일어난 지 어언 125년.

 한 세기 하고도 사반세기가 지나서야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국가기념일(법정기념일)이 황토현 전승일인 5월11일로 확정됐다. 정부로부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이토록 지난한 여정을 밟아온 혁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뒤늦은 제정이지만 두 손 들어 환영한다. 그동안 산발적이고 파편적으로 진행됐던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은 앞으로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세계사에 길이 남을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인정받을 계기를 마련했다.

 국가기념일 제정을 계기로 동학농민혁명은 재조명돼야 한다. 동학농민혁명은 단언컨대 한민족 5천년사의 최대 사건이다.

 그 이유는 첫째, 촛불혁명 이후에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동학농민혁명군은 125년 전에 내세우는 놀라운 진보성과 담대함을 보였다. 동학혁명군이 제시한 폐정개혁안은 ▲탐관오리 엄징(엄하게 징벌함) ▲횡포한 부호배(재벌무리) 엄징 ▲불량한 유림과 양반배 징계 ▲노비문서 소각 ▲청춘과부 개가 허락 ▲무명잡세 폐지 ▲관리채용에 있어 지벌(지체와 문벌) 타파 ▲토지 분작(논밭을 나누어서 농사를 지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탐관오리 엄징과 양반배 징계, 관리 채용 과정의 지벌 타파 등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고위직 관료의 부패와 부정을 엄단하라는 오늘날의 국민적 요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횡포한 부호배 엄징, 노비문서 소각, 토지 분작 등은 재벌그룹 오너들의 초법적 갑질과 일탈을 엄벌하고 경제민주화를 향해 거보를 내딛으라는 시대적 열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노비문서 소각을 통한 신분제 폐지는 반봉건이며 무명잡세 폐지는 곧 조세개혁이다.

 둘째, 동학농민혁명은 대한민국과 아시아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일본군과 관군에 희생된 동학농민혁명 사상자는 최대 30만~50만명에 달한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수만명이 참여한 우금치전투에서는 생존자가 단 500명에 불과했다. 동학혁명군은 고작 죽창과 화승총으로 무장했지만 쿠르프 야포와 캐틀링 기관총 등 최첨단 무기를 갖춘 일본군에게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전투가 아니라 사실상 학살이었다. 동학혁명을 통해 호남인들은 세집 건너 한집 꼴로 성인 남성이 숨졌다.

 혁명은 좌절됐지만 혁명의 참여자들과 후손들은 3.1 만세운동, 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출범, 광복의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3.1 만세운동의 민족지도자 33명 중 손병희(동학 3대 교주)를 비롯한 8명이 동학농민혁명군 출신이었다. 항일 독립운동의 상징 백범 김구 역시 19세의 어린나이로 동학간부를 맡아 동학농민혁명에 직접 참여했다.

 반봉건 민주화, 반외세 자주화를 앞세운 동학농민혁명 정신은 독립운동을 거쳐 4.19혁명, 5.18 광주항쟁, 6.10 민주항쟁, 촛불혁명으로 면면히 이어졌다.

 동학농민혁명은 한민족 5천년사 이래 최대의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정개혁을 통한 봉건제 타도와 정치민주화, 경제민주화, 외세척결 등 온전한 국가 건설을 위해 30만~50만명이 피를 흘렸다. 프랑스대혁명보다 더 위대한 자랑스러운 역사다.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은 창성하고 망각하는 민족은 멸망하는 것이 흥망성쇠의 이치다.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을 명문화해야 한다. 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한다. 불의에 항거한 4.19의 원류는 동학농민혁명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3.1운동, 4.19, 5.18, 6.10, 촛불혁명을 통해 만들어졌다. 자랑스런 역사의 뿌리는 동학농민혁명이다. 동학농민혁명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동학농민혁명정신 계승을 헌법 전문에 명문화하는 것은 동학의 후예인 우리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책무다.

 김종회<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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