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아파트 지하 표고버섯 재배 ‘공동체 사업’
완주군, 아파트 지하 표고버섯 재배 ‘공동체 사업’
  • 완주=배종갑 기자
  • 승인 2019.05.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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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방치되기 일쑤인 지하실에서 친환경 표고버섯을 재배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화합을 다지며 소득도 창출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화제다.

 노인 일자리와 주민 소득, 소통과 화합 등 ‘공동체 사업’의 새 지평을 연 주인공은 완주군 용진읍에 있는 원주아파트 297세대 입주민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완주군의 지원을 받아 지하1층 66㎡(20평)의 공간에 앵글과 선반, 스마트팜 LED 시스템 등 표고버섯 재배사를 설치했다.

 선반 높이를 5단으로 낮추고, 그 위에 표고버섯 종균을 심어놓은 배지(일종의 배양기) 1천300개를 빼곡히 배치해 70세 이상 어르신들도 힘들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3월에서 9월이 제철인 표고버섯은 적정온도(15C°)와 환기, 급수 외에 비교적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배재 가능한 장점이 있다.

 주민들은 2인1조 조를 짜서 짬이 날 때마다 서로 돌아가며 재배공간의 온도를 맞추고 곰팡이가 자라지 않도록 습도까지 조정하며 솎아내기를 하는 등 정성껏 버섯을 키웠다.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는 지하실에서 무농약으로 키운 친환경 표고버섯은 알차게 생육해 조만간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주민들은 수확한 버섯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나머지는 ㎏당 8천원에서 1만원에 판매해 내년도 배지 구입 등의 기금으로 적립할 계획이다.

원주 아파트 이명숙 노인회장은 “소일거리가 없었던 경로당 회원들이 할 일이 생겨 기쁘고 서로 소통할 수 있어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아직은 버섯을 다루는 일이 서툴지만 손주처럼 애지중지해 키운 버섯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하실의 버섯 재배는 첫해인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직접 공부하고 선진지역도 방문하는 등 재배 노하우를 익혔지만 극심한 폭염이 악재로 작용해 50만 원 가량의 수익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거울삼아 주민들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결과 오동통한 표고버섯이 탐스럽게 자랐다. 주민들은 연간 3∼4번의 수확이 가능한 표고버섯 재배를 고려할 때 올해 3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송미경 완주군 도시공동체팀장은 “오래 된 아파트의 지하 유휴공간을 활용할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 표고버섯 재배를 권장하게 됐다”며 “별다른 일거리가 없는 어르신과 주부들을 대상으로 소일거리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주민 소통과 활력, 소득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주민 참여와 소통으로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살맛나는 아파트 르네상스’를 내걸고 다양한 공동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주민 자율공모 방식의 이 사업은 초기 12개 공동체에 300여 명이었던 참여자가 작년엔 94개 공동체에 5천여 명으로 급증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표고버섯 재배 아파트 역시 완주군 삼례읍 동원아파트와 이서면 하늘가아파트 등 3곳으로 늘어났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고 정산하는 실질적인 공동체 사업을 통해 고독과 불통, 무관심의 아파트 문화를 어울림과 소통, 관심의 문화로 전환할 수 있었다”며 “지속 가능한 공동체 사업을 위해 주민 반응이 좋은 사업들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완주=배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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