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숨’GV … 명장의 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인 관객들
영화 ‘불숨’GV … 명장의 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인 관객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5.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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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불숨’GV 현장(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불숨(감독 고희영)’이 처음으로 공개된 날, 영화 속 주인공인 천한봉 도예가와 그의 제자이자 딸인 천경희씨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목받았다.

 지난 4일 열린 영화 ‘불숨’GV 현장에는 고희영 감독 외에도 이들 부녀가 등장하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평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무형문화재의 깜짝 등장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까닭이다.

 천한봉 명장은 1995년 대한민국 도예명장, 2006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사기장에 지정됐고, 지난해에는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경북의 대표 도예가다. 

이날 GV에서는 14세에 도자기를 빚기 시작해 87세에 이르기까지 1300도 불길 앞에서의 삶을 멈추지 않는 명장의 귀한 가르침에 귀를 기울인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불숨’은 한평생 마음에 품은 한 점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 불과 싸워온 천한봉 명장과 아버지의 그림자를 뒤쫓느라 늘 조심스럽기만한 딸 천경희씨의 6년 간의 시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의 ‘2019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지원으로 완성됐다.

 고희영 감독은 “20여 년 전 사회 초년생 시절에 취재를 위해 잠시 들려 만났던 천한봉 선생님을 다시 찾아뵈러 갔는데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그릇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면서 “아직도 마음에 드는 그릇을 만들지 못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처음으로 그 그릇에 집중을 하게 된 것 같다”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천경희 전수자는 “영화를 촬영하겠다는 감독님의 제의를 받았을 때, 아버지와 나의 이야기가 무슨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싶어 거절했다”면서 “그런데 영화가 되든, 안되는 어쩌면 아버지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기록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가 만드는 사발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한봉 명장은 조선 막사발의 소중함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천한봉 명장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의 국보까지 된 조선의 막사발을 두고 일본의 평론가는 ‘일그러진 실패작에서 미의 극치를 찾았다’라고 극찬했다”며 “우리나라의 그릇에는 소박한 민족성이 있다. 그 소박성은 바지와 저고리를 이고 소를 몰며 밭을 가는 모습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녀가 불과의 씨름을 계속하고, 어렵게 구워낸 사발을 깨뜨리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영화 후반부로 치닫을수록 아버지의 뒤를 이어 딸 천경희 전수자가 과연 홀로서기를 하게 될 수 있을 것인지도 나름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이에 대해 천경희 전수자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지만 늘 아버지를 뒤쫓아가서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홀로 첫 불을 때고 난 다음에도 아쉬움이 컸다”면서 “사실, 불이 너무 아름다워서 불을 때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불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돼 좋았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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