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이후 은퇴까지 무엇을 준비하나!
정년 이후 은퇴까지 무엇을 준비하나!
  • 윤진식
  • 승인 2019.05.0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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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에만 기대하지 말고 개인의 노력으로 자신만의 은퇴시기를 정해야

 지난 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1989년 이래로 유지되어 온 육체 노동자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올린 이후 30년 만에 입장을 바꿔 65세로 상향하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여기서 가동기간은 사고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그러나 성년이 되는 날부터 시작하는 가동기간은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적용이 될 뿐이지 공무원이나 기업체의 정년과는 엄연히 구분이 된다. 그리고 현재 법원은 직종별로 가동연한을 달리 계산하고 있는데 소설가, 의사, 한의사 가동연한은 65세, 변호사, 법무사 등 특정 직군 가동연한은 65~75세로 보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년 연장 논의에 불을 붙였고,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 이슈로 부상된 상태이다. 사실 정년 연장문제의 함의는 복잡하다. 정년을 65세로 상향하여 고령 노동자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그만큼 청년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국민연금 등 노후 복지의 기준 나이를 높이는 문제 등 사회안전망의 기본 틀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년이 연장돼 5년 더 일하게 된다면 60세 정년에 맞춘 노후 복지 시스템이 5년씩 뒤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인력 운용의 효율성, 고용 유연성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정년 60세 규정은 「고용상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포함되어 2017년 1월 1일부터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 사업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전면 적용되고 있다.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올리고서 정년연장 법제화까지 28년이나 걸렸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법 개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정년은 그대로 둔 채 실질적으로는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법률에 관련 내용을 담아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용은 일본식 고령자 고용확보조치 의무화 모델이다. 즉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추세다. 프랑스는 2023년까지, 스페인은 2027년까지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일 계획이다. 일본에서도 2013년부터 법적 정년을 65세로 정했지만 70세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은 기존 70세였던 정년을 없앴다. 영국도 기존 65세였던 정년 기준을 폐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현행 한국의 임금 근로자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4세, 여성의 경우 50세에 퇴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한국 남성의 약 70% 정도가 직장 정년인 60세 이전에 퇴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근로자들의 실재 평균 은퇴 연령이 남성의 경우 68세, 여성의 경우 67세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니 50대 중장년층들은 물론 고령층들도 노후 소득을 위해 퇴직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퇴직한 후 평균 15년 정도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해야만 완전히 은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55세에 은퇴를 하고 조용히 은둔생활을 하다 환갑을 맞이하고 잘하면 70세 정도에 생을 마감하는 사이클을 그리고 인생설계를 해왔는데 이제는 70을 넘어 80, 아니 100세 시대를 경험하는 인류역사상 초유의 기념비적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노후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과거처럼 더 이상 자식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시대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 고령인구의 경제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는 상황이며 법제상 정년과 실제 은퇴시기의 불일치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은둔이 미덕이 아니고 적극적인 사회경제적인 활동을 준비해야 하고, 활동을 해야 하는 새로운 세기에 살고 있다. 스스로 제2의 직업(또는 보람과 가치)활동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것에 공감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정부부처에서 작성된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듯 이제는 기존의 획일적 ‘연령 기준 조정’ 시각에서 벗어나 ‘연령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로 인식을 전환해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그것이 법을 개정하는 일이든, 사회복지적 대비를 하여야 하든, 이제 국가적 보호정책과 개인의 자아개발이나 가치실현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인생 후반기 대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년은 국민적 합의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은퇴는 개인의 삶의 지향점을 향한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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