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호남입니다
오월은 호남입니다
  • 조배숙
  • 승인 2019.05.0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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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드라마 ‘녹두꽃’이 화제다.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가보지 않았을 뿐 갈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속 전봉준의 명대사다.

 5월 11일은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다. 일주일 뒤인 18일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전북 정읍 황토현에서 광주 망월동까지 오월은 호남이다. 동학농민혁명은 125년 만에 국가기념일 제정으로 뒤틀려 있던 역사를 바로잡았다.

 도올 김용옥은 “동학은 짧게는 의병 활동, 5·18광주민주화운동부터 길게는 촛불까지 역사의 고비마다 불의에 항거하며 역사를 바로 세운 정신의 근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5·18은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다.

 5·18 최초 희생자는 전북 김제 출신의 당시 전북대생 이세종 열사다. 5·18을 폄훼하며 부정하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5·18은 현재진행형이다.

 촛불혁명의 발화도 전북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제에서 중학생들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익산 원광고에서는 학생회 명의로 대자보를 부착했다.

 중·고생들의 항거에 이어 전북 도내 대학 교수회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필자는 민주평화당 당대표 취임 일성으로 ‘호남정신의 전국화’를 주장했다. 호남은 역사의 새 지평을 열어온 시대정신이다.

 호남정신은 개혁에 앞장서고 불의에 항거하며 시대를 밝혀온 숭고함이다. 동학농민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건국의 열쇠이자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러나 오랜 시간 호남이라는 지역적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 독재 권력의 역사왜곡과 지역차별 즉, 호남고립화라는 정치적 목적이 빚어온 아픈 역사다.

 역사의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만약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와 같은 역사적 대사건이 전개되었더라도 지역적 굴레가 씌워졌을지 궁금하다.

 DJ가 창당했던 평민당이나 국민회의는 호남을 대표했던 정당이다. 평화당 역시 누가 뭐라 해도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공통적인 건 호남당이라는 지역적 굴레가 씌워진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정계개편과 관련하여 평화당과 합당은 호남지역당이라는 식의 발언은 깊은 유감이다.

 정치적 상상력이나 가능성을 떠나 지역주의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한국당을 영남당으로 몰아세우지 않는다.

 유독 호남 기반 정당만이 지역주의 정당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다.

 왜일까? 왜곡된 인식의 확대 재생산 결과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뜨겁다. 한국당 해산청원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호남향우회 해산청원이 눈에 띄어 씁쓸했다.

 청원은 호남향우회를 지역이기주의에 의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단체로 규정했다.

 독재 권력으로부터 전이되어온 호남 차별적 인식은 그 뿌리가 깊고도 깊다. 20대 총선에서 호남은 다당제의 길을 열어주었다.

 평화당은 호남 민심을 받들어 다당제로 가는 정치개혁에 앞장서왔다. 그 결과 선거제 개편안이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

 평화당의 통 큰 양보로 가능할 수 있었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고단한 삶을 바꾸기 위한 평화당의 결단이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시작일 뿐이다.

 호남은 정치적 고비마다 무거운 선택으로 나라의 미래를 열어왔다.

 반세기만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그랬고,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데 호남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 역시 전북과 호남이다. 20대 총선에서는 다당제 활로를 열어 거대 양당의 정치 기득권 타파에 힘을 실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전북과 호남의 선택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미래의 선택이 될 것이다.

 오월의 호남을 생각해봤다. 황토현에서 망월동까지 오월은 오롯이 호남이다.

 이제 곧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는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온 생을 바쳤던 노무현 대통령을 잊을 수 없다.

 고인의 뜻을 기억하며 추모의 정을 보낸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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