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순수성의 상실에 관하여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순수성의 상실에 관하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5.02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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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주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이상용 프로그래머,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 이충직 집행위원장(왼쪽부터)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폴리 : 작은 갱들의 도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광복 기자
2일 전주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이상용 프로그래머,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 이충직 집행위원장(왼쪽부터)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폴리 : 작은 갱들의 도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광복 기자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감독 클라우디오 조반네시)’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면서 영화팬들의 시선이 전주로 쏠리고 있다.

 2일 오후 7시 전주돔에서 열린 개막식 후에 개막작으로 상영된 이 작품은 질주하는 청춘들의 모습과 이면을 고전적인 스타일로 그려낸 드라마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를 배경으로 10대 소년들이 갱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따라가고 있는데, 순수성을 상실했을 때 다시는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 먹먹한 감동의 시간을 선물했다.

 이보다 앞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는 이충직 집행위원장,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이 작품을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된 변을 밝히고, 작품 관련 대담을 나누면서 영화에 한 걸음 더 들어갔다.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은 “아름다운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돼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다”며 “유럽 외에 다른 문화권에 제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만큼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조반네시 감독은 “이 작품은 남부 이탈리의 나폴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보편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처럼 시작된 이야기가 전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교육기관의 부족과 아버지 부재 등의 문제로 인해 우리 주변의 어느 곳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영화의 주제는 순수성의 상실에 관한 것이다. 소년 갱들이 어른들을 모방하며 커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범죄자나 마약상, 마피아의 이야기에 주목하기 보다는 순수함을 잃어가는 소년들의 감정의 변화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때문에 배우들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고, 8명의 소년들을 캐스팅하는데 무려 4천여 명에 달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보기까지 했다는 후일담은 흥미로웠다.

 조반네시 감독은 지난 2016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바 있는 전작 ‘플라워’에서도 10대들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가 10대의 모습에 집중하는 것은 바로, “우리 나라의 미래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고 첫 번째 이유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10대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면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며 “이 나이 때 아이들에게 우정과 사랑이 매우 강렬한데다, 죽고 사는 문제일 수 있고 단순한 친구의 우정을 떠나 형제애와 순수한 감정까지도 표현할 수 있어 매우 영화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보탰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베를린에서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개막작으로까지 고민하지는 않았으나, 20주년을 맞은 올해의 개막작 선정을 고민하면서 유명한 감독보다는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세대의 감독을 주목하는 것이 전주 정신에 맞다고 판단했다”며 “조반네시 감독의 신작을 통해 한국 관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결정적으로 선택을 하게됐다”고 선정의 변을 밝혔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올 영화제의 개·폐막작 모두가 10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감독님의 말씀대로 순수성의 상실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전주가 20년 동안 가져온 정신을 잃었을 때 좋은 영화제로 남을 수 없는 만큼 그 정신을 유지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해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인 영화제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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