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젠 바뀌어야 한다
국회, 이젠 바뀌어야 한다
  • 송산 송일섭
  • 승인 2019.05.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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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기관 중 국회의 신뢰도는 2014년부터 줄곧 최하위다. 해마다 꼴찌를 면하지 못하면서도 국회가 하는 일은 매번 놀랍기만 한다. 최근에는 또 한 번 국회가 난장판이 되었다.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야 학식과 덕망을 갖춘 분들이라고 믿지만, 국회만 들어가면 훈련에 동원된 예비군들처럼 왜 철없어지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국회의원에 대한 비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젠 ‘국개의원’이라는 비난에도 제법 익숙해졌고, 국회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혐오도 낯설지 않다.

국회는 삼권분립의 상징이다. 민생을 살펴서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함으로써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원망과 비판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왜 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원망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들은 법 제정에 소홀히 하고 있다. 약자들이 일방적으로 희생당하고 보호받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구제 법안을 마련하는 일은 당연하다. 그런데 ‘김용균 법’을 보자. 몇 해 전 구의역 사고 이후 법 ‘죽음의 외주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산업안전법’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했지만, 국회는 눈치만 보다가 김용균 씨 사고가 일어난 뒤에야 이 법을 제정했다. 전형적인 뒷북입법이다. 지금도 국회의사당에는 심의도 하지 않은 법안이 먼지에 덮인 채 그대로 있다고 한다. 그것들 중 국민의 삶과 직결되지 않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라. 바쁘게 서둘러 일해도 부족할 판에 서로 어깃장을 놓으면서 싸우고 있으니 걱정이다. 오죽하면 변화와 개혁의 장애물이 국회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둘째, 그들은 법을 지키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은 속도나 신호 위반을 할 경우 반드시 범칙금을 내야 한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거기에 상응한 벌을 받는 것이 보편적인 원칙이다. 그러나 국회는 다르다. 이번 패스트랙 정국을 복기해 보자.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헷갈리게 했다. 국회에서 몸싸움을 하고, 회의장을 봉쇄하고 심지어는 바닥에 드러눕기까지 했다. 어디 그것뿐인가. 의원 감금도 서슴지 않았다. 유신시절이나 군부독재 시절에 민주투사의 항거를 본뜬 것일까. 의회의 수난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한때 다수당이 밀어붙이려고 할 때, 야당이 그런 방식으로 대항했다. 심지어는 의사당에 최루탄까지 터뜨렸던 일도 있었다. 이런 파행을 막기 위해서 2012년에는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하였다. 이는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처리를 제한하고, 의회 내 폭력과 불법을 차단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는 이 법과 상관없이 그들 가슴 속에 내재된 ‘야수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셋째, 국민들의 상식과 먼 정략적 대응이 많다는 점이다. 상식을 깨는 그들만의 특별한 해석에 국민들은 당혹스럽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부대가 사주했다고 했다. 재판도 끝나지 않은 피의자를 풀어주라며 선동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를 자파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외곽 때리기 전략’이라고 하였다. 부정 취업 사례가 드러나자 회기 연장 등 방탄국회를 연출하기도 했다. 강원도 고성 산불을 놓고도 해석이 엉뚱했다. 어느 당 해산과 관련한 청와대 청원을 두고 베트남에서 대대적으로 개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국회 주변에서 왜 이렇게 일어나고 있을까.

넷째, 폭언과 막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쓰는 언어에는 극단의 저주와 분노가 넘쳐난다. 불구대천의 원수들이 한 지붕 아래에 있는 것 같아서 바라보는 국민들이 불안하다. 선동적인 언어 또한 넘쳐난다. ‘독재’라는 말에는 군부의 힘을 동원하여 권력 탈취와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의미가 겹치는데, 이번에 ‘독재’의 사전적 의미가 바뀐 모양일까. 상대방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어법에는 혐오와 분노만이 넘쳐난다. 색깔론으로 덧씌우고,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국민 분열을 노린다. 국회에서 소란을 피우고 의사진행을 방해했다 하여 ‘도둑놈’이라 하는 것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필자는 정치란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상생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뜻과 다르게 상식을 외면하고 선동한다면 국민들은 그 말에 속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이제 국민들도 더 단호해져야 한다. 그들이라 하여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의원들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항간에는 정치권이 야합하여 유야무야 넘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은 친고죄가 아니므로 고소 고발을 취소해도 반드시 법적 책임을 따져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 다행한 일이다. 이번에야말로 의회정치를 쇄신할 기회다.

 

송산 송일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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