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핑계만 있을 뿐
효도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핑계만 있을 뿐
  • 김현수
  • 승인 2019.05.0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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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피었다 사라지는 벚꽃만큼이나 시간의 흐름은 참으로 거침이 없다. 올해의 시작과 더불어 1년 동안의 계획을 세웠던 것이 어제인 것만 같은데, 어느새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 되었다. 따뜻한 날씨와 만발한 꽃 등 5월의 이미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현상들은 우리 주변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이전과는 달리 5월이 여름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 방향으로 계속 변화하고 있지만, 5월에는 가족과 고마운 분들을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기념일이 있어 우리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통해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며, 가르침을 주신 고마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기회가 되는 스승의 날이 5월 15일이다. 바쁜 일상에 시달리며 살아가다가 여러 기념일이 다가오게 되면 우리의 삶에 소중한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고마운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들의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누구나 가지게 될 거라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가족들과의 관계가 소중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유한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기본적 물리현상이 모든 것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가족 간의 사랑도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라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만, 함께할 시간의 유한함을 생각한다면 올해 5월에는 우리 모두가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부모는 내가 호흡하는 공기와 같은 존재이기에 언제나 함께 계실 것 같지만, 어느 순간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신다’, ‘자식은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없이 보고 들은 너무나도 흔한 문구들이지만, 실제 부모님과 이별을 하는 순간까지 이들의 의미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

 작년 가정의 달에 사랑하는 아버지와 뜻하지 않은 이별을 한 필자의 입장에서 돌이켜보면, 이별이 다가온 그 순간이 되기 직전까지도 헤어짐의 아픔이 얼마나 클 것이며, 그 아픔과 죄책감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괴로워하게 될지 몰랐던 것 같다. 이제 거의 1년 시간이 흘렀지만, 헤어짐의 고통은 이별의 순간에 통곡으로 표현한 당시의 아픔보다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지은 죄가 너무 크다 보니 그립다는 말조차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도 흔한 그 문구들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살았다면, 내 곁에 계셨을 때 좀 더 좋은 아들이었을까?

 아버지 살아생전에 내 행동을 생각해보면, 삶이 끝날 때까지 뉘우치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불효를 저지르고 살았다. 그런데 불효를 저질렀던 순간순간을 찬찬히 되새겨보면, 언제나 핑계는 있었던 것 같다. 바쁜 일상, 경제적 어려움 등 모든 순간에 부모님께 무언가를 해드리지 못하는 핑계를 만들어 내어서 부모님, 그리고 심지어는 나 자신을 설득하여 좋은 아들이 되지 못하는 스스로를 합리화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핑계는 그저 핑계일 뿐, 스스로 부모님을 소중하게 여겼다면 하지 못할 일들은 없었고, 실제로 부모님을 위하는 일들을 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굳건하게 있을 수 있었다. 그저 나는 개인적 편안함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핑계를 찾았을 뿐이었다.

 내 행동의 결과는 부메랑으로 내게 돌아와 1년 가까운 시간을 지옥과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만들고 말았다. 부끄러운 필자의 과거를 고백하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나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은 물질적 보살핌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 따뜻한 말 한마디, 전화 한통, 퇴근길 부모님 댁에 들리는 것 등 바쁜 일상이지만 조금만 피곤함을 감수한다면 얼마든지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다. 베푼 은혜는 기억하지 말고, 받은 은혜는 잊지 말라고 했는데, 부모님께 받은 은혜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에 있는가. 올해 5월부터는 우리 모두가 유한한 시간동안 함께 계시는 부모님을 좀 더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효도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저 핑계만 있을 뿐….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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