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지수 높아야 행복한 사회다
지역문화지수 높아야 행복한 사회다
  • 이정희
  • 승인 2019.04.30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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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공장 수일까. 그럴 수도 있다. 공장이 많으면 일자리가 많아져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고, 지역경제 볼륨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도심부에 있는 건물의 높이는 어떤가. 근대사회까지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마천루(skyscraper, 摩天樓) 빌딩들이 곧 그 지역의 선진성으로 직결됐다. 시각적으로 단순비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이 같은 평가방식이 유지되고 있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사회는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다. 분야마다 핵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신규 업종이 매년 탄생하고 있다. 라이프 사이클도 짧아지고 있다. 반면, 인간의 수명은 의학과 첨단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100세 인생시대’가 도래한다고 회자한 것이 불과 몇 년 전부터다. 최근에는 ‘120세 인생시대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2017년 말 1만 7,850명이었다. 2018년 말에는 1만 8,783명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무려 933명이 더 100번째 생일상을 받고도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말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각 도시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최근 전북지역 신문·방송에서 전북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기사를 자주 접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역문제 해결방안으로 지역문화를 발전시켜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00% 동감한다. 역사문화는 ‘굴뚝 없는 공장’이라는 말도 있다. 지역문화 계승발전을 위해선 지역주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역행정이 요구된다.

 선거철에만 반짝하는 ‘머슴論’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할 역사 산물이다. 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은 머슴이 아니다.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이 되어야 한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원과 브랜드를 타지 사람들에게, 세계인들에게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만능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머슴’은 구시대 농경사회에서나 적합한 표현이다. 따라서 단체장들은 지역주민이 행복해 할 때까지 그 방법을 찾고 행동해야 한다. 대안 중 하나가 지역문화지수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는 곧 지역의 브랜드가치와도 맥을 함께 한다.

 주민들의 선진의식은 불편을 불편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문화자긍심으로 발현된다. 이탈리아 로마의 경우, 역사문화보존지역인 구도심권 아파트는 초현대판 시설을 갖춘 외곽지역 아파트보다 월등히 비싸다고 한다. 주차의 불편과 연중 찾아드는 관광객들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빈번하지만, 중세 로마시대의 중심 속에서 현대생활을 하고 있다는 문화적 자긍심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지역문화지수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전북은 다양한 역사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후백제 왕도이자 500년 조선을 탄생시킨 ‘전주(全州)’, 백제의 왕도였던 ‘익산(益山)’, 한반도 농경문화 최고 집성지인 ‘김제(金堤)’, 일제의 폭압과 수탈에도 조선의 맥과 근대문화를 지켰던 ‘군산(群山)’, 동편제 판소리의 본고장이자 춘향전·흥부전·변강쇠전 등 한국 5대 고전소설 중 무려 세 작품을 잉태한 ‘남원(南原)’, 한국역사에 민주주의 첫 씨앗을 뿌린 동학농민혁명 발생지 ‘정읍(井邑)’, 일제의 마수(魔手)에도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무주(茂朱)’ 등 전북 내 14개 시·군들은 저마다 전국 어느 도시와 견주어 뒤처지지 않는 고귀한 역사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제, 각 지역은 지역주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며 생활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현재 지역마다 나름의 문화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획일적인 프로그램 운영에서 탈피해 지역의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또 박물관 유리박스에 가둬 둔 역사문화가 아니라 주민들이 일상에서 느끼고 감상하고 생활 속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해야 한다. 지역주민이 전북에서 살고 있는 것을 행복해 할 때까지 단체장들은, 지역사회 리더들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정희<수채화가/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약력 ▲한국미술협회 전주지부 수채화분과 위원장 ▲전북환경미술협회 사무국장 ▲(사)전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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