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살인’ 벼랑 끝에 선 보호자들
‘간병 살인’ 벼랑 끝에 선 보호자들
  • 양병웅 기자
  • 승인 2019.04.29 17: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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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비극 ‘간병 살인’ 벼랑 끝에 선 보호자들 (상)
치매 환자 급증으로 가족간의 비극 부추겨
간병인비 역대 최대 상승으로 당사자와 가족 고통 

 고령화 시대의 비극인 ‘간병 살인’ 사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간병 살인은 오랜 기간 치매나 정신질환 등을 앓아온 가족을 돌보다가 지쳐 환자를 살해하거나 동반자살한 경우를 말한다.

 이에 따라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도내 사례와 현황, 대책 등에 알아본다.<편집자 주>
 

 최근 군산에서 80대 남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10년간 돌보다 살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남편은 군산시 흥남동 자택에서 아내를 흉기로 찌른 뒤 둔기로 머리를 내리쳤다.

 10여년 전부터 아내의 병간호를 해온 남편은 병원 입원 문제로 마찰이 있었고 순간 분노가 폭발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그는 아내 옆에서 남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쓴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장에 도착한 아들은 “침대 옆에서 흐느끼고 있던 아버지를 봤다”고 진술했다.

 또한 지난해 남원에서는 부자(父子)가 신병을 비관해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아버지는 2015년 대장암 판정을 받은 뒤 대장암 4기로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함께 살던 아들은 결핵과 우울증을 앓아왔다. 이들 부자는 자신들의 처지를 크게 비관한 나머지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도 말았다.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저출산과 청년인구 유출마저 가속화돼 다른 지역보다도 고령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추세다.

 자연스럽게 노인들의 신체적·정신적 질병 발병 빈도 수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치매의 증가 추세가 무섭다.

 29일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5만2천78명이다. 이 중 치매 환자는 3만9천899명(추정)이며 유병률은 11.3%에 달한다.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는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한 가정의 경제적 파산과 함께 가족관계까지 파탄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점차 버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간병인 비용 물가가 전년 대비 6.9% 올랐다.

 2005년 관련 물가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전국 1천450개 병원에 입원 중인 노인 환자 28만여명의 병원비가 올해 월 5만∼15만원씩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9% 오른 최저임금으로 요양병원 서비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병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병비가 오르면서 보호자들의 어려움 역시 함께 늘어나고 있다. 비용이 부담스러워 보호자 스스로 간병을 하다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환자의 간병을 위해서 보호자들은 대개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육체적·정신적 고통도 모자라 경제적 어려움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 간병인은 “나이 많은 노인 환자를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간병을 봐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들이 간병에 대한 심적, 육체적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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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규 2019-04-29 20:58:15
안타까운일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자기 손으로 살해하다니,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생명을 억지로 죽인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