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중 사고와 업무상 재해
회식중 사고와 업무상 재해
  • 최성태
  • 승인 2019.04.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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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다!’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서 직장 회식에 빠지려고 할 때 상사들이 자주 하는 말인데, 그 때문에 부득이 회식에 참석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식 중 또는 회식 후 귀가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에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인데, 회식 과정에서 사상(死傷)한 근로자가 어떤 경우에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산업재해보상법 제37조는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는데(제1항 제1호 라.목), 여기서 사업주가 주관·지시하는 행사에 회식이 포함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 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근로자가 그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31272 판결 등).

 나아가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때 업무·과음·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였는데도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재해를 입은 근로자 외에 다른 근로자들이 마신 술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54589 판결 등).

 요컨대 회식을 사업주나 부서장 등이 주최한 경우, 회식의 목적이 직원 단합 등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경우, 직장 구성원으로서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회식인 경우, 회식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회사가 비용을 지불한 경우에는 사용자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회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때에도 근로자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많은 술을 마신 경우, 다른 참석자들에 비해 특별히 과음을 한 경우, 회식장소를 옮기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과 같이 회식 과정에서의 통상적인 경로가 아니라 이를 벗어난 이례적인 경로에서 재해가 발생한 경우 등에는 업무와 과음,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된 판례를 살펴보면, 먼저 근로자가 회식에 참가하던 중 2차 회식 장소인 단란주점 계단에서 추락해 두개골 골절상 등을 입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1차 회식과 마찬가지로 2차 회식 역시 사용자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고, 근로자가 부장 등의 만류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과음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회식 장소에서 전화를 받으러 나가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의 행위는 회식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것으로서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업무와 관련된 회식자리의 음주로 인한 주취상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근로자가 단란주점 계단에서 실족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근로자가 업무시간 종료 후에 공장장이 주관하는 회식에 참석한 후 평소 회사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하는 승합차를 타고 귀가하다가 어느 공단 앞에서 내렸는데, 며칠 후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안에서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즉 “해당 회식이 공장장의 주관으로 열렸고, 회식장소로 이동할 때와 종료 후 귀가할 때 회사가 제공한 출퇴근 차량이 이용됐다.”고 하면서 “회식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고, 사용자의 지배를 받는 회식에서의 과음이 원인이 되어 재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여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것이다.

 반면, 식당에서 1차 회식을 마친 팀원들이 2차로 옆 건물 4층 노래방으로 이동한 후, 한 근로자가 커다란 창문을 화장실 문으로 오인해 창문을 열고 나갔다가 건물 밖으로 추락해 골반 골절상 등을 입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회식이 사업주측 주최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는 사업주의 강요 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의사로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들의 음주량을 훨씬 넘는 과음을 하였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업무와 관련된 회식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므로, 업무와 근로자가 입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회사의 부장이 회사가 개최한 등산대회 및 회식에 참석했다가, 공식적인 회식이 끝난 후에도 일부 직원들과 술을 마시다가 술집 계단에서 다친 사례에서도 대법원은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음주행위가 업무로 인정되는 특수한 경우라거나 음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요된 경우가 아닌 한, 회식 당시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음주한 행위는 비록 그 음주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 하더라도 이를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근로자가 공식적인 행사종료 이후 당초 행사의 순리적인 경로를 이탈하여 계속된 사적인 모임에 참석해 음주한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에 비추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의 행사가 계속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도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결국 회식 중의 사고라 하더라도, ⅰ) 하급 관리자가 회식의 주최자이거나 친목 도모의 성격이 강한 경우, ⅱ) 당초 회식에 참석한 사람 중 상당수가 이탈한 경우, ⅲ) 회식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근로자가 지불한 경우, ⅳ) 음주의 강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에 취해 스스로 과음한 경우, ⅴ) 회식의 통상적인 경로를 벗어나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면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최성태<변호사·전주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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